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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최종전 운명의 날

손흥민(30·토트넘)은 잉글랜드 현지에서 '가장 저평가받는 선수' 목록에 늘 이름을 올린다. 실력은 출중한데, 무언가 1위에 오른 적이 없다는 이유다. 그에게 기회가 생겼다. 현재 손흥민은 올 시즌 리그에서 21골을 뽑아내며 득점 2위로, 1위 무함마드 살라흐(22골·리버풀)를 1골 차로 바짝 추격 중이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골든부트(득점왕) 문턱 바로 앞에서 시즌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23일 0시 잉글랜드에서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마지막 10경기가 동시에 열린다. 손흥민은 노리치 시티(20위)와의 원정 경기에 출전해 득점왕을 노린다. 살라흐에게 한 골 뒤처져 있지만, 기세는 정반대다. 손흥민이 최근 4경기에서 4골을 터트린 절정의 골 감각을 과시 중인 반면, 살라흐는 지난달 20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두 골을 넣은 뒤 한 달 넘게 골 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손흥민이 이 경기에서 1골 이상을 넣어 살라흐보다 득점이 많거나 같으면, 축구 종가인 잉글랜드 첫 아시아 출신 득점왕이 된다. 프리미어리그는 공동 득점왕도 인정한다. 무릎을 다친 살라흐가 마지막 경기에 결장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해리 케인의 잔류도 달렸다

이날 경기는 손흥민의 득점왕 타이틀과 함께 토트넘의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 여부도 판가름난다. 프리미어리그는 1~4위에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주어진다. 현재 4위인 토트넘(승점 68)은 이날 이기면 진출을 확정하고, 만약 비겨서 아스널(현재 승점 66)과 승점이 같아져도 골득실에서 15골이나 앞서 진출이 유력하다.

하지만 토트넘이 만일 패하고, 아스널이 승리해 5위로 내려가면 팀 에이스 해리 케인과 더는 함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잉글랜드 최고의 스트라이커 케인은 토너먼트와 리그 등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적이 한 번도 없다. 우승에 목마른 케인이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토트넘과 작별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케인의 마음을 붙잡은 건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티켓이다. 시즌 중반 부임한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의 용병술이면,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가능하기 때문에 토트넘 잔류로 마음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콘테가 토트넘 지휘봉을 계속 잡고, 챔스리그 티켓을 따낼 경우를 전제로 한다. 손흥민은 케인과 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41골을 합작했다.

아스널에선 미켈 아르데타 감독이 토트넘의 패배를 간절히 바란다. 지난 2시즌 연속 8위에 머무른 아르데타 감독과 아스널이 올 시즌 5위에 그쳐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지 못하면 입지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과르디올라와 클로프, 끝까지 왔다

1위 맨체스터 시티(승점 90·이하 맨시티)와 2위 리버풀(승점 89) 중 어느 팀이 우승할지도 이날 마지막 경기로 결정된다. 현 시대 최고의 명장 2인인 페프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과 위르겐 클로프 리버풀 감독은 올 시즌까지 5시즌 연속으로 리그 우승컵을 나누어 가지게 됐다. 지난 4시즌 동안은 과르디올라가 3회(2018·2019·2021년), 클로프가 1회(2020년) 우승했다.

현 시점에서 유리한 건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이다. 리버풀에 승점에서도 앞서고, 골득실도 6골 앞선다. 하지만 맨시티가 비기거나 지면 우승컵을 내줄 수도 있다. 공교롭게도 맨시티가 상대하는 애스턴 빌라(14위)의 사령탑은 선수 시절 리버풀에서 18년을 뛰었던 스티븐 제라드라 더 극적이다.

클로프 리버풀 감독은 숱한 역전 드라마를 써온 명장이다. 자력으로 우승할 수는 없지만, 일단 울버햄프턴(8위)을 잡아내고 맨시티의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현재 리그컵과 FA컵 등 2개의 우승컵을 거머쥔 리버풀이 맨시티를 제치고 리그에서 우승하면, 29일 예정된 레알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사상 첫 '쿼드러플(시즌 4관왕)'에 도전하게 된다.

[그래픽] 프리미어리그 시즌 최종전에 걸린 운명 기고자 : 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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