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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수학의 이유

    양지호 기자

    발행일 : 2022.05.21 / Books A19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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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언 스튜어트 지음김성훈 옮김|반니|428쪽|1만9800원

    한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수학에게 물었다. "넌 대체 쓸모가 뭐냐." 수학이 답했다. "이것도 저것도 그것도 다 내가 하는 일이다."

    '최고의 수학자가 사랑한 문제들' '생명의 수학' 등으로 익숙한 수학자 이언 스튜어트가 새 책으로 돌아왔다. 원제 'What's the Use?'(쓸모가 뭐니?)대로 수학이 어떤 쓸모가 있는지 논증하는 책이다. 학창 시절 '대체 수학을 배워서 어디에 써먹냐'고 한탄하며 이후로 수학을 미워해온 독자라면 섬뜩할지도 모른다. 위도 아래도 옆도, 심지어 손 안의 스마트폰까지. 생각보다 많은 영역에서 수학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스마트폰과 자동차 내비게이션은 물론 디지털 사진도 CG도 비행기도 모두 수학이 사라진다면 존재할 수 없다. 저자는 말한다. "수학은 인류가 달성한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다. 지적으로만이 아니라 실용적으로도 그렇다."

    오늘도 카카오톡으로 사진을 보낸 당신. 사진이 찍혀서 스마트폰에 저장될 때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수학적 원리가 여럿 동원되고 있다. 저자는 흔히 쓰이는 JPEG(JPG) 파일이 어떻게 원본 사진 파일을 압축하는지 설명한다. 먼저 원본 파일에 담긴 '색'과 '밝기 정보'를 이진법 문자열로 할당한다. 이어 색 차이를 거칠게 해 용량을 줄인다. 인간 시각은 색차에 둔감하다는 특징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것만 해도 파일 용량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3단계는 푸리에 변환을 통한 밝기 정보 압축. 사진 속 섬세한 무늬를 뭉개는 작업이다. 마지막 5단계는 '허프먼 부호'를 활용하는 기술적 트릭이다. 이런 변환과 압축을 통해 JPEG 파일은 10분의 1 용량으로 줄어든다. 전문가가 아니면 차이를 알기 어렵다. 당신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 내장된 전자 장치들이 바로바로 이 모든 계산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진을 우리는 친구와 가족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전송한다.

    자가용 운전자도 택시 기사도 애용하는 내비게이션도 마찬가지. 저자는 "GPS가 작동하려면 적어도 7가지 분야의 수학이 필요하다"고 한다. 삼각법(차량 위치 확인), 특수 상대성 이론 방정식(위성의 이동 속도가 시간의 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 순회 외판원 문제(빠른 길 찾기) 등이다.

    수학은 장기 기증 과정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저자는 영국의 콩팥 기증을 예로 설명한다. 아버지에게 콩팥을 이식해주고 싶은 딸이 있다. 그렇지만 조직형이 맞지 않아 이식이 불가능하다. 영국에서는 콩팥 이식이 필요한 가족 간에는 혈연 관계가 없어도 콩팥을 이식해줄 수 있다. 맞교환이 가능하면 최선이겠지만 수학을 활용하면 연쇄적인 기증으로 더 효율적인 이식이 가능하다. A가족 콩팥을 B가족에게, B가족 콩팥은 C가족에게… 교과서에서도 접했던 수학자 '오일러'가 영감을 제공했다. 그는 임의의 지점에서 출발해 7개의 다리를 한 번씩만 건너서 원래 위치로 돌아오는 법이 있는지 따지는 쾨니히스베르크 다리 건너기 문제를 최초로 증명한 사람인데, 이 연구 과정에서 등장한 '그래프 이론'은 장기 기증자와 수혜자의 데이터를 견줘 최적의 교환법을 찾아내는 데 쓰이고 있다.

    한번 만들어진 수학은 처음 의도와는 동떨어진 무수한 실용성을 찾아낸다. 미적분학은 행성이 어떻게 운동하는지 설명하기 위해 창시됐다. 이제 미적분은 인구 집단 통계 추정, 금융시장의 옵션 가격 변화, 제트 여객기 설계 등에서 활용된다. "수학이 사라지면 아마겟돈이 찾아올 것"이라는 저자의 말은 비유가 아니라 팩트 같다.

    책은 오늘날의 삶에서 수학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다양한 사례로 납득시킨다. '하나만 잘해도 대학 간다'는 구호는 파렴치한 거짓말이었다. 그렇지만 이것 하나만 잘하면 평생 먹고살 수 있다는 명제는 사실일 것이다. 그 하나는 당연히 수학이다. 잘하기 쉽지 않은 학문임이 유감스러울 뿐.
    기고자 : 양지호 기자
    본문자수 : 1988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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