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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의 뉴스 읽기] 법인세·상속세 큰폭으로 낮춰야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 헤쳐나갈 수 있다

    윤영신 논설위원

    발행일 : 2022.05.20 / 여론/독자 A29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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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 위기' 대응 진두 지휘한 윤증현 전 장관이 제시한 처방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윤경제연구소 소장)은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 위기 때 2년 3개월간 경제 사령탑을 맡아 위기 수습을 진두지휘했다. 당시 한국 경제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초유의 위기를 맞아 역(逆)성장이 불가피하다"는 비관론이 팽배했다. 그러나 윤 전 장관 취임 첫해 한국은 0.3%의 플러스 성장률을 지켰고 이듬해 6.2% 성장으로 급반등에 성공했다. 외신들은 "교과서적 경기 회복"이라 평가했고 윤 전 장관에겐 '위기 소방수'라는 별명이 붙었다.

    현재 한국 경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나랏빚·가계 부채 속에서 인플레이션과 금리·환율 상승,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등 대내외 악재들이 중첩되는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에 휩싸이고 있다. 윤 전 장관을 만나 현 상황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들었다. 그는 "물가 상승과 저성장이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응하려면 과감한 감세(減稅)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가. 과거 위기와 다른 점은?

    "인플레 속에 경기가 가라앉는 총체적 복합 위기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재정과 무역마저 동시에 적자에 빠진 상태다. 근본적으로는 과거엔 '문재인 정부'라는 게 없었다. 소득 주도 성장이 경제 근간을 무너뜨려 놨다. 주류 경제에 엄청난 혼돈을 초래한 상황이다."

    ―무엇부터 풀어가야 하나?

    "관건은 '어떻게 물가를 잡으면서 성장을 이룰 것이냐'이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물가를 잡으려고 하면 성장이 지장받고, 성장에 치중하면 물가가 오른다. 물가가 오르면 국제수지가 적자 난다. 한국 경제가 이런 '마(魔)의 삼각관계'에 딱 걸려 있다. 이 상황에서 새 정부가 출발했다."

    ―새 정부는 어떤 처방에 집중해야 하나?

    "수출 환경은 우리 의지와 무관하게 펼쳐질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물가를 안정시키면서 내수를 진작시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야 한다. 돌파구는 투자다.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야 일자리가 생기고 소득이 늘어 내수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만든 반시장·반기업 규제들을 다 풀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건 당장 없애야 한다."

    ―투자를 살릴 유인책을 새 정부에 제안한다면?

    "단연코 감세다. 지난 정부 때 세금을 너무 올렸다. 대표적인 것이 법인세다. 세율이 높은 나라에 어떤 기업이 투자를 하겠나. 문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올렸는데 21%나 2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그래야 투자가 일어나고 장기 불황을 막을 수 있다. 상속세도 문제다. 실질 최고세율이 65%에 달하는데, 세계에 이런 나라가 없다. OECD 국가 중 상속세가 아예 없는 나라가 절반쯤 된다. 왜냐하면 상속세는 이중과세이기 때문이다. 상속할 재산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이미 사업 소득세, 배당 소득세, 재산세 등 세금을 다 낸다. 그렇게 해서 남은 재산을 (후세 경영인에게) 넘겨주려니까 또 절반 이상을 (상속세로) 때리는 게 말이 되나. 세율이 50%가 넘으면 (납세자들의 조세 저항·회피 등으로) 오히려 세수가 줄어드는 역진 효과가 발생한다. 특히 살인적 상속세를 감당 못 해 아예 회사 문을 닫는 기업이 늘고 있다. 잘못된 세금이 기업과 일자리를 소멸시키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자유 시장경제의 중추를 흔드는 것이다. 선진국들이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대폭 완화하는 것은, 그것이 국가와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정반대로 가혹한 상속세를 유지하나?

    "상속세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에 다 동의하는데 '부자(富者) 감세'라는 이유로 국회에서 법을 고치지 못해 왔다. 이젠 그런 정서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지금은 기업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인 시대다. 미래를 위해 정부와 국회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상속세율을) 낮춰도 파격적으로 낮춰야 한다."

    윤 전 장관은 이번 위기 극복을 위해선 "정책 조합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은 물가에 방점을 둬서 금리를 올리고 정부는 과감한 감세 조치로 투자와 고용을 살려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 전 장관은 기업에도 주문을 했다. 경기가 나빠진다고 해서 함부로 해고를 해선 안 된다고 했다. 기업이 고용 안정에 최선을 다해야 근로자들이 안심하고 노조는 무리한 요구를 자제하게 된다는 것이다. 경제 주체들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연금·교육 개혁을 미룰 수 없다고 했는데.

    "가장 반가운 말이다. 지난 5년은 강성 노조가 상원 역할을 하다시피 했다. ILO 핵심 협약까지 발효돼 노조의 권리가 더 확대됐다. 선진국들은 불법 파업 시 대체 근로를 허용하고 사업장 점거를 금지하고 있다. 우리 기업엔 그런 방어권이 하나도 없다. 노동 개혁은 대처 총리나 레이건 대통령처럼 국가 지도자가 직접 나서야 한다. 최고 집권자가 사활을 걸고 담판을 내야 한다. 문 정부가 노동 개혁은 둘째 치고 연금 개혁에도 전혀 손을 대지 않은 것은 무책임의 극치 사례다. 교육 개혁은 대학 교육이 교육부에서 독립해야 하고, 무엇보다 등록금 자율화가 시급하다."

    ―문 정부 때 현금 퍼주기가 난무해 나랏빚이 400조원 넘게 급증했다. 취약해진 재정을 복원하려면?

    "한국처럼 자원이 없는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는 '재정 건전성'이 대외 신인도의 척도다. 재정이 무너지면 곧바로 국제 미아(迷兒)로 전락한다. 문 전 대통령이 국가 부채 비율 40%를 지켜야 하는 근거가 뭐냐고 했을 때 깜짝 놀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그때 사표를 던졌어야 했다. 국가 부채는 한번 억제선이 무너지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재정 준칙 같은 것을 만들어도 정치권이 흔들어 버리면 소용이 없다. 결국은 대통령의 의지에 달렸다. 대통령이 힘을 실어줘야 경제부총리가 소신을 갖고 재정 포퓰리즘을 막아낼 수 있다."

    [그래픽] 추락하는 한국의 경제성장률

    [세계는 기업 투자 늘리려 감세 경쟁… 한국만 '증세' 역주행]

    지난 5년 동안 주요 국가 중에서 법인세율을 올린 곳은 한국뿐
    OECD 국가중 15國 상속세 없어… 나머지도 다양한 공제로 부담줄여

    세계 주요국들이 기업 투자를 늘리려고 세금 인하 경쟁을 벌이는데 한국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지난 10년 사이 OECD 37국 중 21국이 법인세 인하 대열에 합류했다. 미국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 프랑스는 44.4%에서 28.4%로 대폭 낮췄다. 세율 인하와 함께 과표 구간을 줄이거나 단일 세율을 채택하는 방식으로도 법인세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예컨대 미국은 과표 구간을 8단계에서 1단계로 줄이는 파격적 개편을 했다. 반면 한국은 최고 28%이던 법인세율을 이명박 정부 때 22%로 낮췄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대기업 증세' 방침에 따라 다시 25%로 올렸다. 과표 구간도 3단계에서 4단계로 늘렸다.

    코로나 기간을 포함한 지난 5년 동안 주요국 중 법인세율을 올린 나라는 한국뿐이다. 한 푼이라도 투자를 끌어들이려고 세 부담을 덜어주는 세계적 흐름에 한국만 역주행했다. 그 결과 미국은 한 해 1000개씩, 일본은 500개씩 기업이 자국(自國)으로 돌아오는데 한국은 100여 개에 그쳤다. 민간 투자는 '고용 창출→소득 증가→소비 활성화'로 이어져 경기 침체를 방어하는 핵심 수단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문 정부는 과격한 법인세·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기업 부담을 키우는 바람에 주 40시간 이상 풀타임 일자리를 200만개 없애는 고용 참사를 불렀다.

    최고세율이 무려 65%나 되는 한국의 상속세도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상속세가 비과세인 나라가 호주·스웨덴·오스트리아 등 15국에 달한다. 다른 나라들도 30~40% 세율이지만 다양한 공제 혜택을 통해 상속세 부담을 가볍게 하는 추세다. 무거운 상속세 부담에 기업 경영이 위축돼 고용을 줄이거나 회사 문을 닫으면 결국엔 국민만 피해를 보고 세수(稅收)도 줄기 때문이다.

    [그래픽] 지난 5년간 주요국 법인세율 변화 / 주요국 최고 상속세율
    기고자 : 윤영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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