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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CEO] 롤러스케이트·수세미까지… 경험을 파는 안정호 대표

    송혜진 기자

    발행일 : 2022.05.19 / 경제 B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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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대 빼고 다 팝니다" 시몬스 매장 유쾌한 마케팅

    지난달 말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개장 시간인 오전 11시 30분이 되자 손님 20여 명이 줄을 섰다. 이곳은 좀 괴상한 매장이다. 침대 회사가 운영하는 곳인데, 침대도 없고 수면과 관련된 물품도 없다. 삼겹살처럼 생긴 수세미, 우유 상자에 포장된 쌀, 정육점 스타일의 앞치마까지…. 온갖 특이한 잡화를 팔고 2층엔 버거 가게, 3층엔 광고 영상을 보여주는 전시장이 있다. 침대 회사가 왜 이런 곳을 만들었을까?

    매장에서 만난 시몬스 안정호(51) 대표는 "침대는 한번 사면 10년은 쓰니까요"라고 말했다. "10년쯤은 소비자가 매장을 다시 찾아올 일이 없잖아요. 시몬스라는 이름을 계속 매력적으로 기억할 수 있다면 소비자가 침대가 다시 필요해질 때 '아, 시몬스가 있지'라고 생각할 거라고 봤어요(웃음)."

    시몬스침대는 작년 매출 3054억원을 기록, 전년보다 12% 성장했다. 2019년 2038억원이던 매출이 2년 만에 3000억원을 넘어섰다. 국내 침대 업계의 규모를 감안하면 급격한 성장세다. 안정호 대표는 "대리점 대신 직영 매장을 운영하고 프리미엄을 강화하면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린 것이 들어맞았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미국 유학 후 한국에 돌아와 2001년 시몬스 대표 이사로 취임했다. 그는 무엇보다 '제품 자체'에 집중했다고 한다. "원가 절감, 이런 말 너무 싫었어요. 침대가 싸서 좋은 게 아니라 침대 그 자체가 좋아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1500억원을 들여 경기도 이천에 침대 생산과 연구를 진행하는 '팩토리움'을 짓고 2018년에 일반에도 공개했다. 매트리스 1개를 만들기까지 날카로운 롤러에 10만번을 굴리고, 비와 혹한에 노출시키는 식의 혹독한 실험도 거듭했다. 안 대표는 "요즘 국내 5·6성급 특급호텔에서 쓰는 침대의 90%가 시몬스인 것도 결국 제품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판매에서는 일반 대리점을 통해 침대를 팔던 기업 간 거래(B2B) 방식에서 벗어나 직영점이나 시몬스 제품만 판매하는 위탁 매장에서 고객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소위 D2C(Direct to Customer)에 주력했다. 시몬스는 작년 매장 수를 2019년보다 100개가량 줄였지만, 지점당 월평균 매출은 2년 전보다 3배가량 뛰었다. 매장을 더 좋은 상권으로 옮기고, 위탁 판매점인 시몬스 맨션을 계속 늘려 고급 매장을 강화한 덕이다. 안 대표는 "처음엔 대리점주들을 설득하는 게 쉽진 않았지만 한두 곳 매장이 잘되기 시작하면서 점주들을 설득하는 게 훨씬 편해졌다"고 말했다. "요즘엔 지방에서 더 반겨줍니다. 다들 '지방일수록 이런 세련된 매장이 생겨야 한다'고 하시죠."

    사용자 경험을 강조하는 마케팅도 계속 펼쳤다. 각종 이색 굿즈 상품을 파는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를 청담동과 부산 해운대에 냈고, 경기도 이천엔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고 이를 음식으로도 만들어 파는 복합문화공간 시몬스 테라스를 운영하고 있다. 안정호 대표는 "굿즈 하나하나를 우리 회사 직원들이 직접 디자인한다"며 "직원들이 침대 회사에서 하는 뻔한 일을 벗어나 다양한 일을 해보라고 하니까 너무 재밌다고 집에도 잘 안 가더라"면서 웃었다.

    시몬스는 침대를 보여주지 않는 독특한 광고로도 유명하다. 잔디밭에 스프링클러가 돌아가면서 물이 촤르르 쏟아지는 15초짜리 영상만 TV 광고로 내보내는 식이다. 그는 "남들이 하는 대로 하기는 싫었다"고 했다. "제 마음 속의 경쟁 상대는 다른 침대 회사가 아니에요. 애플이나 나이키처럼 팬덤을 만드는 회사죠. 제품은 탄탄하게, 접근은 신선하게, 성장은 안정적으로, 이게 목표입니다."

    [그래픽] 시몬스 실적
    기고자 : 송혜진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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