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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그대가 조국'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

    박돈규 문화부 차장

    발행일 : 2022.05.19 / 여론/독자 A3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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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멘터리 영화 '그대가 조국'을 보았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명부터 지난 1월 그의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한 대법원 판결까지를 담고 있다. 검찰 수사와 법원 판단에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 목소리를 모았다. 조 전 장관도 등장한다. 차를 몰아 법정으로 향하며 그는 말했다. "3년째지만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다. 갈 때마다 갑갑함이 밀려온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장면이 뒤따랐다.

    대법원은 정 전 교수에게 적용된 혐의 15건 중 12건에 대해 유죄라고 판단했다. 자녀 입시 비리(7대 허위 스펙)와 사모펀드 관련 비리, 증거 인멸 및 증거 은닉 교사 혐의 등으로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조 전 장관은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검찰과 언론, 법원 판결을 비판하며 재심까지 언급한다. "검찰의 칼날이 그대를 향하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실소가 나왔다. 보통 사람은 가짜 표창장을 만들지 않는다. 진실을 은폐하거나 조작하지도 않는다.

    '그대가 조국' 언론 시사회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10일 열렸다. 우연은 아닐 것이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며 가장 큰 원인으로 반(反)지성주의를 지목했다.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사실만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123분 길이의 '그대가 조국'은 믿고 싶은 의견만 담은 반지성주의의 표본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영화의 장르다. 제작진은 '성찰적 다큐멘터리'라고 표현했다. 성찰이란 자기 마음을 반성하고 살피는 일이다. 눈에 불을 켜고 봐도 '그대가 조국'에서 내적 반성을 찾기는 어려웠다. 이승준 감독은 "(한 가족이 겪는) 고통의 근원에 대한 성찰"이라고 했는데, 조 전 장관은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영화는 거꾸로 관객을 향해 "조국 사태는 검찰과 언론이 덧씌운 프레임이고 사냥이었다. 너희가 뭘 잘못했는지 성찰하라"는 투였다.

    정 전 교수에 대한 1심 실형 선고가 나오자 음식 평론가 황교익은 "골고다 언덕길을 조국과 그의 가족이 걸어가고 있다. 십자가를 짊어졌다"고 했다. 검찰을 개혁하려다 박해를 받는 순교자로 미화한 것이다. 조 전 장관은 "가시밭길을 가겠다"며 항소했다. 억울한 희생양이라는 서사는 책으로 영화로 바이러스처럼 퍼진다. 그는 정치 평론가 유창선이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라는 책에서 비판한 모습에서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피해자 코스프레'는 우리는 떳떳하다는 보상 심리를 낳고 지지자들에게 동정을 유발하며 그들을 결집시킨다.

    '그대가 조국' 후원에는 5만여 명이 참여해 26억원이 모였다. 조 전 장관은 자신을 추앙하는 이 팬덤을 정의로운 기념비로 삼을지도 모른다. 그가 "보수라고 하는 분들, 윤석열 당선인을 찍은 분들이 이 다큐멘터리를 많이 보았으면 좋겠다"며 "그걸 통해서 당시의 진실이 온전히 복구되기를 원한다"고 말할 때 소름이 돋았다. 범법자를 편드는 이 영화는 조 전 장관 가족이 저지른 죄를 사면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잘못이 드러나고 책임질 일이 있어도 무성찰의 태도를 보였다. 검찰과 언론, 야당을 탓했다. 이제 여야가 바뀌었지만 윤석열 정부도 반지성주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취임사로 던진 그 화두처럼, 무너진 룰을 바로 세우며 자신에게는 더 엄격해야 한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그대가 조국'과 다른 게 뭐냐는 냉소가 돌아올 것이다.
    기고자 : 박돈규 문화부 차장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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