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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초원

    김성신 출판평론가

    발행일 : 2022.05.19 / 특집 A29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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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끼 낳는 누, 먹잇감 사냥하는 맹수… 생명력 넘치는 역동적인 모습 담아냈죠

    우미정 지음 l 출판사 책고래 l 가격 1만3000원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 백 년 살고 싶어."

    1972년 가수 남진이 발표한 '님과 함께'라는 노래의 일부인데요. '초원'이라는 단어를 보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젊은 작가 우미정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이 책에서 초원은 자연의 생생함이 그대로 담긴 곳이에요.

    책에는 새끼가 어미의 몸 밖으로 빠져나오는 '누'의 출산 장면이나 표범에게 목덜미를 물어뜯긴 채 축 늘어진 초식동물의 모습까지 고스란히 묘사돼 있죠. 탄생의 순간을 그린 장면에는 "내가 태어난 곳 네가 자란 곳", 죽음의 순간에는 "그저 사라지다가"라고만 적어 놓았네요. 짧고 담담한 문장이에요. 그런데 읽는 이들은 오히려 더 숙연해지네요.

    "마른 길 지나 먼 길 돌아서 / 비가 올 때쯤 / 넓게 펼쳐진 이곳 초원은 / 내가 태어난 곳 네가 자란 곳 / 잠시 기대고 / 잠시 머물고 / 다시 돌아오는 곳 / 함께 달리고 / 목을 축이고 / 하늘엔 새가 날아가는 곳 / 그대로 자라고 / 그저 사라지다가 / 어두운 밤 어느 때보다 고요할 때 / 바람이 불 때 곧 비가 올 것을 알 때 / 달려서 날아서 / 다시 움트고 다시 움직이는 곳."

    이 책에 등장하는 문장은 이게 전부예요. 마치 한 편의 시를 읽는 것과 비슷하죠. 더할 것도 덜 것도 없는 이 간결함 때문에 우리는 작가가 그려놓은 장면보다 훨씬 더 많은 풍경을 느낄 수 있어요. 읽는 사람이 문장과 문장 사이에 직접 뛰어들어가 적극적으로 상상하도록 만든 거예요.

    우미정 작가는 어린 시절 유독 부끄럼이 많은 아이였다고 해요. 이런 성격 탓에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너무나 어려웠대요. 이 책에서 작가는 "감정 표현이 서툰 나에게 그림은 자신의 느낌과 생각, 상상과 미래를 여는 가장 넓은 창문이었다"며 자신이 그림책 작가가 되기로 한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어요.

    이 책의 탄생 배경도 흥미로워요. 작가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늘 노력해 왔는데, 특히 감정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 대상을 바라보는 훈련을 지속했다고 해요. 이 과정에서 이름 모를 잡초들의 강인함과 본능에 정직한 동물들의 생명력 넘치는 역동적인 삶을 보고 느끼며 마음을 치유할 수 있었다네요.

    그래서일까요? 책장을 넘기는 내내 귀에서 쿵쿵거리는 심장 소리가 들리네요. 그것은 초원을 달리는 누와 얼룩말과 코끼리와 표범의 심장 소리이기도 하고, 어느새 그들과 함께 초원을 달리고 있는 우리의 심장에서 나는 소리일 수도 있어요.
    기고자 : 김성신 출판평론가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323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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