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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잔혹하면서 따뜻… 작가라면 둘 다 써야한다"

    김미리 기자

    발행일 : 2022.05.19 / 문화 A1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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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노벨문학상 압둘라자크 구르나 화상 인터뷰

    "인류는 전쟁, 폭력, 궁핍 등으로 삶이 위협받은 이들을 환대할 의무가 있다."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74·영국 켄트대 명예교수)가 단호한 표정으로 인간의 배타성을 일갈했다. 영국 캔터베리 자택이 화면 뒤로 보였다. 구르나는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탄자니아 출신 영국 작가. 문학계 최고 권위상의 주인공은 그때까지 국내에 번역된 작품 하나 없는 낯선 이름이었다. 미지(未知)의 거장이 '낙원' '바닷가에서' '그후의 삶' 등 3종을 한국에 동시 출간하면서 18일 화상으로 한국 기자들을 만났다.

    구르나는 이슬람계 동아프리카 출신. '퀸'의 리더 프레디 머큐리의 고향이자 수세기 '아랍의 용광로'였던 잔지바르섬(당시 영국 보호령)에서 태어났다. 잔지바르 혁명 뒤 이슬람 박해가 심해지자 1968년 영국으로 망명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그곳에 산다"며 고향이 자신의 문학적 토양임을 강조해왔다.

    이중 삼중 차별을 겪은 그의 복잡한 정체성과 디아스포라(이산·離散) 경험을 문학으로 승화했다. 1987년 소설 '떠남의 기억'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출간한 소설 10편은, 재일교포 수난사를 다룬 소설 '파친코'의 아프리카판을 떠올린다.

    ―출간된 세 작품의 의미는 무엇인가.

    "동아프리카 지역의 식민주의 역사에 휩쓸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낙원'과 '그후의 삶'은 30년의 간극이 있지만 밀접히 연결돼 있다."

    ―팬데믹, 기후 위기, 젠더 갈등 등이 만연한 오늘날, 문학의 역할은 무엇일까.

    "모든 시대가 비슷했다. 인류는 늘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고 맞서 싸우며 해결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문학이 주는 미덕은 '즐거움(pleasure)'이다. 그리고 타인을 더 깊이 이해하고 나를 비춰보게 한다. 결국 문학은 우리를 즐겁게 하고 인간답게 만든다."

    ―진실한 글의 요건이 뭔가.

    "인간의 잔혹성, 불공정, 부당함뿐만 아니라 이면에 있는 따뜻함, 사랑, 친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간의 양면성을 사실적으로 써야 한다."

    ―동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고집하는 이유는?

    "유럽 식민주의와 동아프리카의 조우를 다루고 싶었다. 이것은 아프리카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문화적 종교적으로 다른 지역과 교류하면서 수백 년간 써온 역사의 다층적인 측면을 보여준다."

    ―영감은 어떻게 얻는가.

    "눈길 끄는 하나의 아이디어, 생각에서 시작한다. 예컨대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고향에 가서 연로하신 아버지가 모스크로 걸어가는 뒷모습을 봤다. 그가 소년 시절 느꼈을 식민 경험은 어땠을까 상상했다. 그것이 소설 '낙원'의 출발점이 됐다."

    ―우크라이나 참극에서 보듯 전쟁, 난민, 여성 학대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인간은 괴물의 모습을 갖고 있다. 작은 도발에도 참지 못하고 폭력을 행사한다. 어떤 경우에도 전쟁과 폭력은 합리화할 수 없다."

    ―독자들이 불평등, 부당함에 목소리 내기를 원하는가.

    "작가로서 세상에 팽배한 부당함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지만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어떤 신념을 가져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는다."

    ―한국 독자들에게 한마디.

    "한국의 (디아스포라) 역사를 좀 안다. 내 소설이 한국 독자에게 울림을 줄 수 있다면 작가로서 기쁨이다. 다른 나라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의 상황을 돌아보게 하는 것, 그것이 문학의 역할이다."

    탐서가들은 고민에 빠졌다. 셋 중 뭘 읽어야 할까. "시간이 많다면 출간순으로 셋 다. 하나만 읽는다면 최신작(웃음)."

    [그래픽] 구르나 국내 출간작 3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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