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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으로 치면 비트코인만 복용가능, 나머지 코인은 임상 1상 수준"

    김신영 기자

    발행일 : 2022.05.18 / 경제 B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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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빗' 정석문 리서치센터장, 테라 쇼크를 말하다

    "이번 테라 USD(이하 테라)·루나 가격 폭락 사건이 가상 화폐의 위험을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비트코인·이더리움 정도를 제외한 가상 화폐는 아직 실험 초기 단계이고, 이는 실패 확률이 그만큼 높다는 뜻입니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가상 화폐 거래소인 코빗의 정석문 리서치센터장은 "일반 투자자는 전체 금융자산의 5% 이내로, 되도록 비트코인만 사서 담는 것을 추천한다.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의 코인) 비중을 늘리면 위험하다"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스쿨) 출신인 정 센터장은 골드만삭스·UBS·크레디트스위스 등 해외 투자은행에서 일하다 2018년 9월 코빗에 합류했다. 지난해 11월 가상 화폐 거래소 중 코빗이 처음으로 설립한 리서치센터를 이끌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안전하다는 건 오해"

    한국인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만든 테라는 '위성 코인(가상 화폐)'인 루나와 연동해 가격이 개당 1달러로 유지되게 설계된 스테이블코인(stable coin)이다. 한때 시가총액이 세계 10위권 안에 들 정도로 규모가 커졌지만 이달 들어 가격이 폭락해 가상 화폐 전체에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인플레이션 방어를 위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겠다고 예고하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 화폐 전반이 큰 폭으로 하락하며 투자자 불안을 키우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고점(약 6만7000달러)의 절반 이하로 하락해 2만9800달러(16일 기준)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가상 화폐, 괜찮은 걸까.

    ―테라와 루나는 왜 갑자기 폭락했나.

    "스테이블코인의 가격을 유지하는 방법은 크게 둘이다. 하나는 코인 가격에 준하는 실제 달러(혹은 단기 국채 등 달러 가치에 버금가는 자산)를 사서 담보처럼 쌓아두는 것이다. 두 번째는 테라·루나같이 실제 달러를 사용하지 않고, 알고리즘에 의해 가격이 유지되도록 설계하는 방식이 있다. 스테이블코인인 테라 가격을 루나라는 위성 코인을 통해 유지하도록 프로그래밍을 해서 돌아간다. 예를 들어 테라 가격이 1달러 아래인 0.98달러로 내려간다면 이 코인을 사서 루나로 바꾸어 1달러를 벌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런 상황이 정말 오면 차액을 노리는 투자 수요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테라가 1달러로 회복된다. 그런데 이번엔 이 메커니즘의 고리가 끊기면서 두 코인이 동시에 가격 폭락의 소용돌이로 휩쓸려 들어갔다."

    ―이런 일이 또 발생할 수 있나.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스테이블코인이 몇 개 더 있지만 규모가 워낙 작아 일반 투자자는 거의 모르리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도 이 방식으로 만들었다 사라진 코인이 여럿 있었는데 이슈가 되지 않았다. 규모가 미미했기 때문이다. 테라·루나의 경우엔 규모가 어느 정도 커졌고 지난해 말부터 테라를 담보로 잡고 이자를 주는 대여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하는 등 성공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 가격을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위험하다는 얘기가 전문가들 사이에선 연초부터 돌았고 결국 이런 사달이 났다."

    ―달러를 담보로 보관하는 스테이블코인은 안전한가.

    "운영사가 말한 대로 실제로 달러를 사서 보관하고 있다면 비교적 안전하다. 문제는 운영사가 주장하는 만큼 달러를 정말 쌓아두었는가 하는 것이다. 가상 화폐는 상장 주식과 달리 법적인 공시 의무가 없다.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인 '테더'조차도 공시를 느슨하게 하고 있다. 가상 화폐는 정부의 규제권 밖이라는 탈(脫)중앙화를 속성으로 내세워 성장하는데, 그런 느슨한 규제가 투자자에게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비트코인 위주, 투자금 5% 이내로만"

    ―가상 화폐 투자를 이제 멈춰야 할까.

    "가상 화폐를 비트코인과 그 밖의 코인으로 나누어 생각했으면 한다. 가상 화폐 시스템이 제대로 정착되려면 해당 코인의 생태계가 그만큼 잘 구축돼야 한다. 가상 화폐는 속성상 정부나 기업이 개입하지 않고 자생적으로 시스템이 조성돼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가장 오래됐으면서 이번 테라 사태 같은 시스템 붕괴가 아직 발생한 적 없는 비트코인을 최우선으로 추천하는 이유다."

    ―비트코인이 오래됐다고는 해도 13년 정도다. 믿을 수 있을까.

    "나는 비트코인이 기반을 둔 블록체인 기술이 인터넷에 버금갈 큰 변화를 가져오리라고 믿는다. 인터넷이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다면 블록체인은 가치의 자유로운 이동을 열어주리라고 전망한다. 아울러 가상 화폐에 대한 규제가 정립되는 중이고 기관 투자자들이 많이 유입되는 것도 좋은 신호라고 생각한다. 물론 블록체인 자체가 아직은 새로운 기술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초보 투자자에게 비트코인에 투자하더라도 전체 투자금의 5% 내에서 하라고 권하는 것이다."

    ―다른 코인은 가망이 없나.

    "가상 화폐 전체가 아직은 실험 단계다. 약(藥)으로 치면 1~3상 단계를 거친 후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출시를 하지 않나. 비트코인만 시판이 됐다고 할 정도의 안정성을 확보했다. 이더리움 정도가 3상, 나머지는 전부 1상 정도라고 보면 된다. 1상을 거친 신약이 시판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으나 크지는 않듯이, 비트코인을 제외한 코인의 성공 확률은 극히 낮다. 그 과정에 베팅해서 고수익을 낼 수는 있겠지만 초보 투자자가 감당하기엔 위험이 너무 크다. 비트코인 이외의 코인에 꼭 투자하고 싶다면? 전체 투자금의 0.5%을 넘기지는 마시라."
    기고자 : 김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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