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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문학상 5월의 소설을 추천합니다] (1) 정용준 '선릉 산책'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 (정과리·구효서·이승우·김인숙·김동식)

    발행일 : 2022.05.18 / 문화 A2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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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r. 슬픔'과 'Mr. 심플' 사이… 작가는 상실을 연주한다

    아내와 아들과 헤어지고, 직장이었던 오케스트라에서도 해고된, 그래서 남은 거라고는 더는 쓸모없게 된 악기와 악보들, 그리고 아내와 아들이 마음대로 하라고 하였으나 마음대로 처리되지 않는 그들의 짐이 전부인 사람이 있다. 한때는 남편이었고, 아버지였고, 호른 연주자였던 이 사람의 중고 물품 거래 사이트 아이디는 '미스터 심플'이다. 삶이 간결해지다 못해 간소하기 짝이 없게 되어서 이런 아이디를 스스로 붙였을까. 이 사람의 아이디는 원래는 '미스터 슬픔'이었다. 누군가 그 슬픔이란 아이디를 오독했고, 심플이 더 낫다고 했고, 본인도 그렇다고 여겼다. 슬픔과 심플 사이, 정용준의 소설집 '선릉 산책'에 실린 일곱 편의 단편소설들은 그러하다. 슬픔이란 원래 가득가득 고여 있다 꾸역꾸역 밀려나오는 것일 터인데, 정용준은 간결한 문장으로 감정을 누르고, 그 감정이 스며 밴 삶의 이면을 다시 한번 누른다. 어떻게 해도 삶은 심플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소설은 더욱 치밀해지고, 더욱 단단해진다.

    정용준의 소설은 상실로 가득 차 있다. 아내를 잃은 사람, 자식을 잃은 사람, 개를 잃고 고양이를 잃은 사람들. 그리하여 모두가 다 자기가 서있는 자리를 잃은 사람들. 그래도 삶은 계속되어야 할 터이므로 누군가는 여행을 가고, 여행을 간 곳에서 다시 홀로 떠나고, 누군가는 길거리에서 섀도복싱을 하고, 누군가는 복수를 꿈꾸기도 한다. 일상에서 흔히 일어날 일들인데, 기묘하게도 정용준의 소설 속으로 들어가면 일상 바깥의 일들로 읽힌다. 어째서 나의 일상이, 화자들의 일상이 이토록 낯설게 여겨지는가. 그 낯섦은 왜 나를 더 슬프게 하는가. 일상의 상처는 면역되지 않고, 익숙해지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아서일 것이다. 상처와 상실은 결코 심플할 수 없는 것이라는 걸 또한 알아서일 것이다. 그래서 정용준의 낯설고 익숙한 상실의 이야기들은 우리를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울린다. 그 울림은 아마도 미스터 심플이 연주하는 호른의 음을 닮았을 수도 있겠다.

    ☞ 정용준

    200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소설 '선릉 산책'으로 2016년 제16회 황순원문학상 최연소 수상자가 됐다. 이 밖에 2016년 제5회 소나기마을문학상, 2016년 제7회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대표작으로 장편 '내가 말하고 있잖아' '프롬 토니오', 단편 '사라지는 것들' 등이 있다.
    기고자 :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 (정과리·구효서·이승우·김인숙·김동식)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1192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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