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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고독사하면 …" 일본선 구청이 임종 상담 사업

    도쿄=최은경 특파원

    발행일 : 2022.05.18 / 종합 A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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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겪은 노인들 인생 마지막 대비한 신변정리 잇단 문의

    "내가 세상을 떠났을 때 뒷일을 처리해 줄 분의 연락처 등을 미리 알려주시면 구청이 정보를 보관해드립니다. 그날이 닥쳤을 때, 배우자나 자녀가 없어도 본인이 원했던 대로 처리되도록 하겠습니다."

    일본 수도 도쿄의 번화가 이케부쿠로(池袋) 중심에 있는 도시마구청은 지난 달 '슈카쓰(終活) 정보 등록'을 위한 작은 창구를 개설했다. '슈카쓰'란 고령자가 직접 인생 말년과 임종을 준비하는 행동 일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도시마구에 사는 65세 이상 노인이면 누구나 긴급 연락처와 장기·시신 기증 여부, 유언장 보관 장소 등을 구청에 미리 등록할 수 있다. 등록을 증명하는 스티커·카드도 발급해 구급대원 등이 확인 후 구청에 연락하도록 했다. 구청은 본인이 사망하면 미리 등록된 사람과 정보를 공유해 고인이 원했던 대로 뒷일을 처리하도록 한다.

    일본에서는 '체력과 정신력이 있을 때 인생 마무리를 스스로 준비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어 있는데, 슈카쓰 정보 등록이 시행된 건 도쿄 23구 중 도시마구가 처음이다.

    혼자 사는 고령자 비율이 도쿄 전체 평균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지역인 데다, 도쿄라는 대도시 특성상 오래전 상경해 부모·친척과 멀어지고 자녀·배우자도 없는 경우가 많아 구청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도시마구는 지난해 2월엔 '슈카쓰 안심 센터'라는 슈카쓰 전용 상담 창구도 개설했다. 코로나가 확산하는 와중에도 1000명 넘는 노인이 이용했다. 도시마구 고령자복지과 이마이 유리 계장은 "코로나 시국이었기 때문에 슈카쓰 상담 수요가 높아졌을 것"이라며 "유명인이나 주변 지인들의 갑작스러운 임종 소식이 계속 들려오고, 집에서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나의 임종'을 고민하는 사람도 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과 성찰, 고민이 일본 사회에 더욱 깊게 퍼졌다고 진단하고 있다. 서점가에선 '일본인, 어떻게 죽어야 하나'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함' 등 고령자들이 스스로 임종을 고찰하는 책이 인기다.

    일본인들의 통상적인 슈카쓰는 자산 내역과 상속·처분 방식, 희망하는 장례 절차, 간병·연명의료·유언장 관련 정보 등을 한 곳에 적어두고 이를 공유하는 게 기본이다. '집 정리'도 핵심 중 하나다. 쓰지 않는 가구·옷 등의 물품을 최대한 정리해 남은 사람의 유품 정리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일본 최대 중고 거래 앱 '메루카리'는 이 같은 고령층 슈카쓰를 위해 메루카리 사용법 강좌를 매달 무료로 개최할 정도다. 지바에 사는 A(50)씨는 "1년 전 할머니가 돌아가셨지만 시골집은커녕 집 안의 짐도 아직 다 처분하지 못했다"며 "부모님은 미리미리 주변 정리를 해두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슈카쓰가 "가족·주변인들에게 죽어서도 민폐를 끼치지 말라"는 데 너무 집중돼 있어, 임종을 앞둔 노인 당사자의 기분은 배려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설 '창가의 토토'로 알려진 작가 겸 방송인 구로야나기 데쓰코(89) 등 고령의 유명인들이 "슈카쓰를 하고 있지 않고, 할 생각도 없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 1월엔 일본의 유명 작가이자 사상가인 이쓰키 히로유키(90)가 '버리지 않는 삶의 방식'이라는 책을 출간해 20만부 넘는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추억이 어린 물건과 함께 보내는 여생이 꼭 나쁜 건 아니다'라는 내용이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기고자 : 도쿄=최은경 특파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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