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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주범' 눈총받던 에너지기업들, 1분기 1000억달러 벌었다

    조재희 기자

    발행일 : 2022.05.17 / 경제 B3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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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플레이션에 우크라 사태
    유가 45% 폭등, 엄청난 이익

    글로벌 주요 석유·가스업체 28곳이 1분기 1000억 달러(약 130조원) 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분기 만에 작년 연간 이익(1839억달러)의 절반 이상을 벌어들인 것이다.

    화석연료를 줄이는 탄소중립, 기업의 ESG(환경·사회적 책무·지배구조 개선) 경영 강화에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쳐 국제유가가 올 들어 45% 폭등하자 '그린플레이션' 수혜를 누린 것이다. 그린플레이션은 친환경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 원자재 가격 상승과 경제 전반에 물가 상승을 불러오는 현상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경제가 곤경에 처한 가운데 역설적으로 기후 변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에너지 기업이 떼돈을 벌어들이는 것이다.

    ◇오일 메이저 28사 1분기만 1000억달러 이익

    사우디 아람코를 비롯해 노르웨이 에퀴노르, 프랑스 토탈에너지스, 영국 셸, 미국 엑손모빌 등 글로벌 석유·가스 업체는 올 1분기 잇따라 최대 실적을 냈다.

    아람코는 16일 올 1분기 순이익이 작년보다 82% 급증한 395억달러(약 51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9년 12월 기업공개(IPO) 이후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다. 주가 역시 급등하면서 글로벌 기업 시가총액 순위에서 애플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아민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는 "유가 상승과 원유 증산이 순이익 증대로 이어졌다"면서 "세계 원유 수요를 맞추기 위해 생산 능력을 늘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셸, 셰브론, BP 등 주요 석유·가스 메이저의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영국 셸과 미국 엑손모빌의 1분기 순이익은 작년보다 3배 늘었고, 영국 BP와 프랑스 토탈에너지스는 2배가 넘었다. 노르웨이 국영 에퀴노르(옛 스타토일) 1분기 영업이익은 340% 급증했다.

    북미 지역의 셰일 가스 업계도 잇따라 호실적을 냈다. 북미 지역 굴착기(rig) 수는 지난해 말 676개에서 두 달 만에 874개까지 급증했는데도 고유가 바람을 타고 뭉칫돈을 벌어들였다. 텍사스에 본사를 둔 코테라 에너지는 이익이 449% 급증하며 28개 주요 업체 중 증가율 1위를 기록했고, 마라톤오일과 EQT도 세배 이상 이익이 늘어났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중심으로 한 ESG 경영 강화가 유가를 더 끌어올리고 오일 메이저의 배만 불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형건 강원대 교수는 "세계 각국이 장기적으로 신재생 에너지를 확대한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탐사·시추는 물론 정제시설 쪽도 투자가 늘지 않으면서 공급이 빠듯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 핵 합의도 미지수…중국 수요 회복 등 변수

    석유·가스 공급이 좀처럼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오일 메이저사들이 떼돈을 벌어가는 국면은 앞으로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중국이 일부 도시를 봉쇄한 가운데 미국을 중심으로 비축유 방출에 나서고 있지만, 유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지금 유가 흐름이 배럴당 100달러를 바닥으로 다지는 과정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란의 석유 증산도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올 초 합의가 임박한 것으로 보였던 미국과 이란 간 핵 협상도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한 미 정부가 속도 조절에 들어가면서 좀처럼 결과를 내놓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유가는 정유·조선 등 국내 일부 산업에는 호재로 작용하지만, 에너지 빈국인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에 위협이 되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에너지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는 상황에서 신재생뿐 아니라 화석연료 투자와 확보에도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픽] 올 1분기 이익 폭증한 글로벌 석유·가스 업체
    기고자 : 조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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