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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선생님] [고전 이야기] 유토피아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

    발행일 : 2022.05.17 / 특집 A29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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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 데도 존재하지 않는 곳'이란 뜻… 자본주의 초기 불평등과 양극화 풍자

    유토피아 사람들은 모든 쾌락 가운데 무엇보다 정신적 쾌락을 추구하고, 이걸 가장 높이 칩니다. 대부분 쾌락은 덕(德)을 실천하고 올바른 삶을 깨닫는 데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영국 법률가이자 정치가 토머스 모어(1477~1535) 작품 '유토피아'는 세상에 없는 이상 사회를 제시하며 당대 사회 변혁을 촉구한 고전이에요. 1516년 나온 이 작품은 "시대의 문제에 대해 투철했던 위대한 인물의 사유(思惟)에서 빚어진 걸작"이라는 평가와 함께 500년 넘도록 이상향이 어떤 곳인지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어요.

    첫머리에서 모어는 라파엘 히슬로다에우스라는 포르투갈 선원을 소개받고 이야기꽃을 피워요. 그는 한 탐험가를 따라 신세계를 여행했고, 그중 5년은 유토피아라는 섬에서 생활했다고 해요. 흥미로운 건 이 선원 이름과 섬 이름이에요. 유토피아는 그리스어 ou(없다)와 topos(장소)를 조합한 말로서 '아무 데도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는 뜻이고, 히슬로다에우스는 '허튼소리를 퍼뜨리는 사람'이라는 의미라네요.

    히슬로다에우스가 말하는 유토피아 이야기는 놀라움으로 가득해요. 요즘 사람들도 보통 하루 8시간 일하는데, 유토피아 사람들은 6시간만 일하면 돼요. "누구나 유용한 일들을 하면서도 과소비하지 않아서 모든 게 풍족"하기 때문이죠. 아픈 사람들은 누구나 공공병원에서 치료받고, 음식도 가장 먼저 받을 수 있어요.

    유토피아는 다른 사회와 달리 반듯한 곳이에요. "지적인 일에 지칠 줄 모르는" 유토피아인들 덕이죠. 행복이 세속적인 쾌락이 아니라 "선하고 정직한 쾌락 속에서만 발견"된다고 믿는 유토피아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양서(良書)를 가까이하고 또 일생 동안 여가 시간에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요. 이들은 금(金)을 경멸해서 금을 변기나 노예 족쇄를 만드는 데 사용하죠.

    이처럼 이상적인 곳이었지만, 모든 게 완벽하진 않았어요. 전쟁과 노예제도가 그렇죠. 이들은 전쟁을 "오직 짐승에게나 걸맞은 행동"으로 규정하면서도, 적국(敵國)에 현수막을 내거는 등 고도의 심리전을 하거나 용병을 써서라도 전쟁에선 이겨야 한다고 주장해요. 그렇게 이기면 적국 사람들을 노예로 삼아 엄하게 부려요. 일부 노예는 족쇄를 채워 일을 시켜요. "덕을 실천하고 올바른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할 일은 아닐 텐데요.

    모어는 '허튼소리를 퍼뜨리는 사람'의 '아무 데도 존재하지 않는 곳' 이야기를 통해 왕과 귀족들 탐욕, 초기 자본주의 발전에 따라 깊어지는 불평등과 양극화를 풍자하고 있어요. 이 책은 우리가 살아야 할 세상은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고민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모어가 보여준 세상은 우리 시대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우리가 꿈꿔야 할 유토피아는 어떤 곳인지 함께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기고자 :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416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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