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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pick] 블록버스터 촬영장 부조리극 외

    이태훈 기자

    발행일 : 2022.05.17 / 문화 A1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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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 더 버블

    코로나 사태로 극장과 영화가 위기를 맞았다고들 한다. 정말 그럴까. 혹시 코로나 이전부터 극장과 영화는 위기였던 건 아닐까. 마치 코로나 이전부터 우리 일상과 삶이 퍼석퍼석한 부조리투성이였던 것처럼.

    영국 시골의 한 고급 호텔에 할리우드 배우와 스태프가 블록버스터 시리즈 '절벽의 괴수' 6편을 찍기 위해 모인다. 호텔은 팬데믹으로부터 안전하게 격리된 공간을 뜻하는 '버블'. 미칠 것 같았던 2주 격리를 마치고 촬영을 시작했는데, 확진자가 생기면 또 격리다.

    툭 하면 자기 대사를 고쳐 쓰는 스타 배우와 그의 전처 여배우가 티격태격하고, 인기를 되찾으려는 젊은 여배우의 무리수가 이어지며, 뜬금없는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와 뉴에이지 종교에 심취한 액션 스타가 사고를 친다. 한때 독립영화의 유망주였던 감독이 이들을 이끌어야 하는데, 난장판이 되고 만다.

    석 달이라던 촬영 기간은 무한정 늘어나고, 조금씩 미쳐가던 사람들은 점점 무시무시해지는 감시와 격리를 피해 목숨을 건 탈출을 벌인다.

    컴퓨터 그래픽 없는 촬영장 풍경은 우스꽝스러운 부조리극 같다. 비현실적인 설정, 농담과 진담을 구분할 수 없는 대화, 비정상적 실수가 반복해 등장한다.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 짓다 보면, 어쩐지 주변에서 줄곧 보고 들어온 이야기 같아 슬슬 기분이 묘해진다.

    프랜차이즈 비즈니스로 대중을 홀리며 번성해온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조롱은 명징하고 신랄하다.

    클래식 - 바리톤 이응광

    바그너와 말러의 가곡으로 첫 독집을 펴낸 바리톤 이응광〈사진〉이 21일 오전 11시 30분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이응광은 서울대와 독일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서 공부한 뒤 스위스 바젤 극장 전속 가수를 거쳐 국내외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랑을 주제로 하는 이번 무대에서는 음반에 실린 바그너의 '베젠동크 가곡', 말러의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와 함께 로시니·모차르트의 오페라 아리아와 이중창을 부른다. 이탈리아 출신의 메조소프라노 라우라 베레키아가 함께한다.

    영화 - 매스

    교회 한구석의 방에 놓여 있는 건 탁자 하나뿐. 여기서 총기 사건으로 자식을 잃은 피해 부모와 가해 학생의 부모가 맞대면한다. 18일 개봉하는 영화 '매스'는 어찌 보면 단순한 구조의 작품이다. 그럼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건 자식을 잃은 부모와 자식의 마음을 몰랐던 부모의 절절한 속마음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한정된 시공간 속에서 대사가 갖는 힘을 느낄 수 있는 영화. 감독 프란 크랜즈는 장편 데뷔작인 이 작품으로 국제 영화제의 상찬을 받았다. 제목에는 대중과 미사라는 중의적 의미가 담겨 있다.

    연극 - 보이지 않는 손

    미국인 투자 전문가 닉이 파키스탄 무장단체에 납치된다. 탈출 방법은 하나. 스스로 몸값 1000만달러를 벌어야 한다. 닉은 조직원 바시르의 감시를 받으며 옵션 거래를 시작하고 둘은 파키스탄 금융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돼 간다. 애덤 스미스의 경제 이론에서 착안한 이 연극은 흥미진진한 금융 스릴러다. 닉이 갇힌 방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외부 세계의 자본과 권력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며 우리 모두가 '보이지 않는 손'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한다. 부새롬 연출로 6월 30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무용 - 일무

    '일무(佾舞)'는 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에 포함돼 있는 춤이다. 서울시무용단(단장 정혜진)이 현대적인 감각으로 일무를 재해석한다. 음악에도 국악기에 콘트라베이스를 추가해 저음을 깎아 아쟁인 듯 아닌 듯한 사운드를 만든다. 한국 전통춤의 형태가 온전히 구현되는 1~2막과 달리 3막은 정혜진 단장과 현대무용가 김재덕·김성훈이 새롭게 안무를 창작했다. '향연'으로 기억되는 정구호의 미니멀한 연출과 만나며 의상·무대·소품도 신선한 충격을 안길 것으로 기대된다. 19~2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기고자 : 이태훈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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