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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수산업자' 불법수사 의혹 경찰에 달랑 감봉 1개월

    권순완 기자

    발행일 : 2022.05.17 / 사회 A1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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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 말 싹 다 녹음해" 지시

    경찰이 작년 '가짜 수산업자' 김모(44)씨의 유력 인사 금품 제공 사건을 수사하면서, 김씨의 부하 직원 A(38)씨에게 '김씨 변호사를 만나 그가 하는 말을 싹 녹음해 오라'고 요구한 것이 지난해 7월 외부에 알려졌다. A씨는 당시 김씨 사건과는 별개 사건에서 공동 폭행 혐의로 체포됐다 풀려난 상태였다. 당시 경찰 안팎에선 경찰이 '별건 수사'를 받던 사람에게 이런 일을 시킨 것은 직권남용과 강요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16일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실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21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이런 행동을 했던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 소속 허모(52) 경위에 대해 경징계에 해당하는 감봉 1개월 처분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공무원의 징계는 파면·해임·강등·정직의 중징계와 감봉·견책의 경징계로 나뉜다. 감봉 1개월은 감봉 중에서도 가장 낮은 징계다.

    작년 4월 당시 허 경위는 가짜 수산업자 김씨 사건을 수사하던 중, 김씨의 비서 A씨에게 전화를 걸어 "너 반드시 (변호사와의 대화를) 녹음해" "녹음기 따로 준비해서라도 해"라고 했고, 또 "나중에 '경찰이 시켜서 녹음했다' 그런 말 하지 말라"라고도 했다. 이 대화 내용은 허 경위의 육성이 담긴 디지털 음성 파일로 남아있다.

    경찰은 이런 점을 감안해 허 경위 사안을 조사한 뒤 '징계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를 징계위에 회부했는데 징계위가 감봉으로 의결한 것이다. 경찰 내·외부 인사로 구성된 징계위의 회의 내용은 비공개다. 다만 피해자 A씨가 이 사건이 알려진 이후 경찰의 연락을 받지 않았고, 실제 가짜 수산업자 김씨 변호인이 하는 말이 녹음돼 허 경위에게 전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 안팎에서는 경찰관이 수사 권한을 남용해 피의자의 방어권을 침해한 의혹이 있는 사건인데도 징계가 너무 가볍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경찰 출신 변호사는 "(허 경위의 녹음 요구는) 별건 수사 대상자를 부당하게 압박하는 수법이고, 특히 변호인의 말을 몰래 녹음하는 건 피의자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반인권적 행태"라고 했다.
    기고자 : 권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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