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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변호사회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최근 '민생 3법(法)'의 입법에 주력하고 있다.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 디스커버리(소송 전 당사자들의 증거공개) 도입, 집단소송 확대 법안이 법률 소비자인 국민의 권리 보호에 꼭 필요한 '민생 3법'이라고 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인 가해 행위에 대해 실제 입은 손해보다 훨씬 많은 액수를 배상하게 하는 제도다. 현재 제조물책임법에 이 제도가 도입돼 있는데, 제조·수입업자가 제품 결함을 알면서도 조치를 취하지 않아 다른 사람의 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입힌 경우 최대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그에 더해 상법 등에서 '상인'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손해를 가한 경우 '손해액의 5배' 범위 내에서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의 입법을 주장한다. 적용 범위를 더 넓히고 배상액도 높이자는 것이다.

김 회장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해자 보호 활동에 참여했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10배 배상'을 주장하고 싶지만 그나마 완화했다"며 "미국의 경우 최소 21개 주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액의 상한이 없고, 다른 8개 주에서는 불법행위로 인한 사망 등에는 상한을 두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기업 활동 위축 우려'에 대해 "고의 중과실 요건은 기업이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칠 것을 알면서 숨기고 물건을 파는 등의 상황이 아니면 적용될 일이 없기 때문에 지나친 걱정"이라고 했다.

'집단소송'은 피해자 집단 대표가 소송을 내 승소하면 다른 피해자들도 일괄적으로 권리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기업과 소비자 간 '힘의 불균형'을 고려한 제도로 현재는 증권 분야에만 도입돼 있다. 김 회장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 폴크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건, 라돈 침대 사건 등 기업의 이윤 추구 과정에서 다수 피해자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들은 일일이 개별 기업에 소송을 낼 수밖에 없다"며 "소송 비용이 피해 규모를 초과하는 경우도 많아 피해 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증권 분야의 피해자들과 다른 사건의 피해자들을 달리 볼 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재판 전 소송 당사자들이 사건과 관련된 증거 자료들을 서로에게 전부 공개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시행 중이며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은 제도다. 서울지방변호사회 등이 정보 비대칭을 시정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도입을 주장해 왔지만, 현재는 관련 법안이 발의만 돼 있는 상태다. 김 회장은 "기업을 상대로 개인이 소송을 하면 기업이 자신에게 불리한 자료는 절대 내놓지 않는다"고 했다.

김 회장은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전기차 배터리 영업기밀을 침해당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소송을 내 승소한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기업들이 영업 비밀 유출을 이유로 디스커버리 도입을 반대한다고 하지만, 필요한 경우엔 그들도 디스커버리 제도가 있는 미국 법원에 소송을 내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최근 기업의 경영 표준으로 자리 잡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관련해, 지배구조와 관련한 '준법지원인' 제도의 실질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준법지원인'은 자산규모 5000억원 이상의 상장회사에서 준법통제 기준 준수 여부를 감독하는 사람이다.

김 회장은 "취지상 경영진을 감시해야 하는데 독자적 권한이 없다 보니 기업이 준법지원인을 단순 법률 자문을 하는 사내 변호사로 활용하는 일이 많다"고 했다. 그는 "준법지원인을 선임하지 않거나 변칙적으로 활용해도 처벌 규정이 없다 보니 제도의 의미가 없어졌다"며 "처벌 규정을 마련하고, 준법지원인 제도 이행 시 벌금 감경과 같은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전국 변호사의 80%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작년 1월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처음으로 로스쿨(변시 2회) 출신인 김정욱 변호사를 수장(首長)으로 선출했다. 김 회장은 로스쿨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것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돈이 없어 로스쿨에 가지 못한다'는 거짓말에 속아 꿈을 접지 마라"고 했다. 김 회장은 "장학 제도를 통해 전국 로스쿨 재학생 6분의 1에 해당하는 1000명이 학비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며 "(장학금을 못 받더라도) 국가에서 학자금을 10년 거치로 대출해 주고 있어 변호사가 된 후 한 달에 몇 십만원만 갚으면 되는 수준"이라고 했다. 기고자 :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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