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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 ＂자문·소송 전략 내용까지 수사 대상으로 삼는 것은 과해＂

대한변협은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비밀 유지·보호권(Attorney-Client Privilege·ACP)'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ACP는 변호사가 의뢰인과 비밀리에 나눈 대화나 법률 조력 내용을 수사·조사 기관이 공개하라고 요구해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다.

이런 주장이 나온 계기는 최근 몇 년간 일반 변호사와 법무 법인을 대상으로 한 수사기관의 압수 수색 영장 신청과 청구가 잦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6년 8월 롯데의 조세 포탈 의혹 사건, 2018년 12월 '사법 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등에 대한 검찰 수사 때 수사 대상자의 법률 자문에 응한 국내 대표 로펌과 소속 변호사들에 대한 압수 수색 영장이 발부됐다.

이에 대해 변협은 "압수 수색 영장을 청구한 검찰과 이를 발부한 법원이 변호사의 비밀 유지권을 침해한다"고 반발했다. 법조계에서도 "법률 자문, 조언, 소송 전략 등 의뢰인과 나눈 비밀에 해당하는 내용까지 수사 대상으로 삼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변호사의 변론 자료에 대한 압수 수색이 허용되면,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변호인 조력권'이 사실상 침해된다는 것이었다.

변협이 2019년 7월 변호사 250명을 대상으로 '비밀 유지권 침해 실태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37.7%는 검찰이 변호사의 비밀 유지권을 침해했다고 답했다. 이어 경찰(18.9%), 국세청(9.4%), 금융감독원(7.5%)이 뒤를 이었다. 수사·조사 기관의 침해 방식으로는 응답자의 34.5%는 '피의자의 사무실·휴대전화·PC 등을 압수 수색해 변호사와 대화한 것을 증거 자료로 수집'이라고 답했고, 32.8%는 '변호사의 사무실·휴대전화·PC 등 압수 수색'이라고 답했다.

소송 당사자들이 소송 관련 자료를 상대방에게 모두 공개하게 한 미국의 디스커버리 제도도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했던 법률 조언 등은 자료 공개 대상에서 제외했다. 우리나라 변호사법 26조에도 변호사의 비밀 유지 의무가 규정돼 있지만, 아직 ACP를 명문화한 조항은 없다.

김미주 변협 기획이사는 "ACP는 변호사의 특권이 아니라 변호사에게 법률 조력을 구하는 일반인, 기업 등이 변호사에게 편하게 속내를 얘기하고 상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의뢰인의 법률 조력권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기고자 :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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