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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 살롱] (1347) 인왕산의 산양

    조용헌

    발행일 : 2022.05.16 / 여론/독자 A33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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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을 뉴욕이나 파리, 런던, 베이징, 도쿄와 같은 세계의 수도와 비교했을 때 우위에 있는 풍수적 특징은 바위산의 위용이다. 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이 그것이다. '불수사도북'을 좀더 압축하면 삼각산(三角山)이다. 세 개의 각(角)이라는 표현도 중요하다. 그러니까 세 개의 용뿔같이 생긴 백운대, 인수봉, 만경봉의 날카로운 암봉이 솟아 있어서 서울이라는 도시의 카리스마를 품어 내고 있다. 바위산에서 기가 품어져 나오고 카리스마가 나온다. 알프스의 거대한 용각봉(龍角峰)이자 문필봉이기도 한 마테호른(Matterhorn)의 기를 받아서 이 주변에 유럽의 인물들이 많이 나왔듯이, 삼각산의 기운도 결코 만만치 않은 것이다.

    서울이 지닌 암기(巖氣)를 감상할 수 있는 뷰 포인트가 종로구 부암동에 있는 목인박물관이다. 청와대 뒷산인 백악산부터 시작해서 보현봉, 비봉 등 삼각산의 새끼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여기를 갔다 오면 정작 박물관 내부의 전시품은 눈에 안 들어오고 서울 산의 아름다운 풍광만 가슴에 남아서 스트레스를 풀어준다. 박물관 바로 뒤로는 인왕산의 유명한 바위인 기차 바위와 호랑이 바위가 버티고 있다.

    지난주 박물관협회 회의가 있어서 갔더니만 관장 하는 이야기가 '인왕산 성곽길을 따라서 박물관 경내에 작년 3월에 산양(山羊)이 들어왔다. 사진도 찍어 놓았다'고 한다. 거무스름한 털이 있는 몸통에 흰 꼬리를 한 모습이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 산양이라니? 산양은 멸종 위기 동물 아닌가.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 같은 깊은 산에서만 서식하는줄 알았는데, 서울 인왕산 자락의 목인박물관에 나타났던 것이다.

    산양의 주특기는 바위 절벽을 잘 탄다는 점이다. 경사도 60~70도의 낭떠러지 절벽에서도 잘 올라다닌다. 온순한 동물이면서도 바위 절벽을 수월하게 올라갈 수 있는 그 접지력이 강인한 인상을 준다. 그 접지력 비결은 발바닥이 고무처럼 부드럽다는 점에 있다. 고무 같은 발바닥이 바위에 쩍 달라붙을 정도이다. 낭떠러지 바위 절벽을 딛고 서서 한가롭게 하계(下界)를 굽어다 보고 있는 이 동물은 선지자를 상징한다.

    이번에 청와대가 용산으로 이주하면서 뒷산인 백악산 쪽까지 산양이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청와대 뒷산 수천 명 경호 병력이 철수하면서 70년 된 입산 통제가 풀리게 된 것이다. 삼각산의 손자뻘 되는 백악산이 '권력의 알박기'로부터 풀려난 것이라고나 할까. 서울의 바위산이 시민에게 돌아왔다.
    기고자 : 조용헌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1240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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