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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事一言] 매너 사각지대

    김다혜 2022 신춘문예 동화 부문 당선자

    발행일 : 2022.05.16 / 문화 A1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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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으로 자유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그중 하루는 메콩강을 둘러보는 일정이었는데, 여러 체험을 위해 현지 여행사에 일일 투어를 신청했다. 가이드가 신청자들을 모아놓고 당부하길, 앞으로 보게 될 뱃사공들은 팁이 수입이나 마찬가지니 두둑이 챙겨주라고 했다.

    팁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그게 마치 숙제 같았다. 매번 얼마를 줘야 할지 계산했고, 팁을 줘야 하는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을 구별해야 했다. 잘 모르기에 더욱 꼬박꼬박 챙겼다. 얼마 안 가 뱃사공을 만나 네 명씩 나룻배에 올라탔다. 나와 작은엄마, 그리고 두 서양인이 함께했다. 뱃사공은 노를 저으면서도 중간중간 미소를 지어가며 친절한 설명을 곁들였다.

    문제는 나룻배 체험이 끝난 뒤였다. 꽤 후한 팁을 건넸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뱃사공 표정이 안 좋아졌다. 뒤를 돌아보니 함께 탔던 서양인들이 팁도 없이 멀어지고 있었다. 그들과 일행이 아니라고 말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뱃사공의 얼굴을 보고 해명하는 일을 단념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 것 같았다.

    '서양은 팁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가?' '자기 나라에서도 저럴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러다 문득 전날 일이 떠올랐다. 붕따우의 한 해상 레스토랑에서 빈 음료 캔을 걷는 소녀를 마주쳤는데, 생경한 모습에 이끌리듯 카메라를 든 것이다. 그러자 아이가 비명처럼 '노!'를 외쳤다. 순간 정신이 퍼뜩 들었다. 실은 내가 찍은 사진이 대부분 누군가의 치열한 일상을 허락 없이 갈취한 결과물이었다.

    내가 한국에서 모르는 사람을 함부로 찍지 않듯이, 그들도 자기 나라에서는 팁 챙기는 일을 잊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매너니까. 매너를 지키지 않으면 몰상식한 사람으로 평가받을 테니까. 이런 일이 벌어진 데엔 정말 다른 이유가 없었다. 그저 그곳이 나를 알아볼 사람 없는 매너 사각지대, 관광지였기 때문이다.
    기고자 : 김다혜 2022 신춘문예 동화 부문 당선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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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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