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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수백만명 노마스크 열병식·축제… '청정지대' 자신하다 뚫렸다

    김승현 기자

    발행일 : 2022.05.14 / 종합 A3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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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신 없고 진단장비 부족… 격리 18만여명, 사망 6명

    북한은 13일 지난달 말부터 북 전역에서 '유열자'(발열 환자)가 폭증하기 시작해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2년간 '코로나 청정지대'임을 주장하다가 전날 돌연 코로나 확진자 발생 사실을 인정하고, 모든 시·군을 완전 봉쇄하는 '최대 비상 방역체계' 이행을 선언한 지 하루 만에 구체적 확산 상황을 공개한 것이다. 이를 두고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하기 위한 수순"이란 관측과 "정보 통제 일변도의 방역에 동요하는 주민들을 의식한 고육책"이란 분석이 엇갈린다. 아직까지 북한은 "방역 강화에 필요한 수단이 충분히 갖춰졌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에 선을 긋고 있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이날 "4월 말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이 전국적 범위에서 폭발적으로 전파·확대돼 35만여 명의 유열자가 나왔다"며 "5월 12일 하루 동안 전국적 범위에서 1만8000여 명의 유열자가 새로 발생했고, 현재까지 18만7800여 명이 격리 및 치료를 받고 있으며, 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망자 가운데 1명은 '스텔스 오미크론(BA.2)' 감염자였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방역체계의 허점을 강하게 질타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전날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방문해 "열병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여 동시다발적으로 전파, 확산됐다는 것은 우리가 이미 세워 놓은 방역 체계에도 허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심각한 지적'을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전국의 모든 도·시·군들이 자기 지역을 봉쇄하고 주민들의 편의를 최대로 보장하면서 사업 단위·생산 단위·거주 단위별로 격폐 조치를 취하는 사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북한 내 코로나 대유행은 지난달 이어진 대형 정치 행사들이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지난달 김일성 생일 110주년(4월 15일)과 항일 빨치산 결성 90주년(4월 25일) 등을 치르며 군중 시위, 무도회, 체육대회, 인민예술축전, 열병식 등 각종 행사에 주민 수백만 명을 동원했다. 이 행사들은 모두 '노 마스크'로 치러졌다. 당시 열병식에는 우리 군 추산 병력 2만여 명이 동원됐고, 김정은은 행사 이후 열병식 참가 병사, 군 수뇌부를 따로 만나 참석 장병 전원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김정은은 지난 1일에도 열병식에 참여한 평양시내 대학생과 근로 청년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청년 수만 명과 조를 나눠 릴레이 사진 촬영을 했다. 북·중 간 밀무역과 지난 1~4월 일시 재개됐던 북·중 화물열차 운행이 코로나를 확산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아직까지 북한은 국제사회에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 등의 지원을 공식 요청하지 않고 있다. 북한 정권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도 이날 "(북한은) 당초부터 방역전의 장기화를 예견하여 조직 기구적, 물질적 대책들을 일관하게 취해왔다"며 "그 과정에서 조선 방역 강화에 필요한 수단이 충분히 갖춰지고 조선식 독자적 방역체계가 더욱 완비됐다"고 했다. 봉쇄와 정보 통제 방식의 방역 조치로 일관해온 북한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친 코백스(COVAX·국제 백신 공동 구입 프로젝트)의 백신 지원 제의를 모두 거절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북한의 태도는 오래 이어지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열악한 의료 인프라, 0%의 백신 접종률을 감안하면 봉쇄·격리 일변도의 원시적 방역으로 코로나 팬데믹에 맞서는 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PCR(유전자증폭검사) 검사 장비도 태부족해 확진자 규모 파악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최근 해외 공관에 PCR 장비를 확보하라는 긴급 지시가 떨어진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북한의 열악한 방역 역량을 감안하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결국엔 손을 내밀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에 직접 요청하기보단 국제사회의 지원 제의를 수용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이날 코백스를 경유한 대북 백신 지원을 제안했다. 박 전 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 대통령의 대북 지원 방침에 대해 "잘하셨다. 그러나 (북이) 선뜻 응하려는지 의문"이라며 "코백스를 경유하는 방법도 검토하신다면 어떨까"라고 했다. 이어 "북한도 윤 대통령님의 제안에 신속히 응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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