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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린의 로컬리즘] 새 공간 열리는 청와대와 용산… '작은 길'로 살리자

    모종린 연세대 교수·'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 저자

    발행일 : 2022.05.13 / 여론/독자 A2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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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이 기대감으로 차 있다. 청와대, 용산, 한강변에 새로운 공간이 열리고, 그 공간이 서울, 그리고 대한민국의 경제를 살린다는 기대감이다. 그런데 청와대와 용산 재생이 쉬운 일일까? 지금은 고도 성장기가 아닌 저성장기다. 대형 상업 시설을 짓기만 하면 성공하는 시대는 지났다. 코엑스, 타임스퀘어, 아이파크몰, IFC몰 등 이미 건설된 대형 쇼핑몰도 간신히 버틴다는 것이 솔직한 평가다.

    오히려 서울에서 사람과 돈을 모으고 트렌드를 주도하는 상권은 다른 곳에 있다. 성수동, 한남동, 연남동 등 MZ세대가 여행 가듯 찾는 골목 상권이다. 대기업도 MZ세대를 따라간다. 수년 전부터 연예 기획사, 대기업, 해외 명품 기업이 본사를 강북 골목 상권으로 이전하거나 이곳 매장을 늘린다. 청와대와 용산도 수준급 골목 상권을 유치하기 전에는 서울의 명소가 되기 어렵다.

    하지만 골목 상권 조성도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상황을 보자. 삼청동, 이태원은 아직도 불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최근 부상한 한남동, 성수동도 호황이 계속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골목 상권의 공간적 기반이 그만큼 불안정한 것이다.

    지속 가능한 상권 유치를 위해 서울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서울에서 가장 안정적인 골목 상권인 홍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서교동에서 시작한 홍대 상권은 마포구 서부 지역을 통째로 접수하고, 현재 경의선숲길을 타고 동부 공덕동, 용산 효창공원 지역으로 이동한다. 일부 전문가가 서교동 독립 문화의 상업화를 아쉬워하지만, 도시 전체를 봤을 때는 홍대 문화는 계속 확장하는 거대 트렌드다.

    걷기 좋은 길이 지역 곳곳을 연결

    홍대 지역의 가장 큰 비밀은 공간 구조다. 보행 환경이 양호한 작은 길로 연결된 8개 행정동 규모의 광범위한 저층 구조가 홍대의 건축 환경적 성공 요인이다. 홍대 상권 확장의 통로는 와우산로, 어울마당로, 동교동, 성미산로 등 건축학자 김성홍이 가로수길의 비밀로 지목한 '좁고' '곧고' '긴' 가로다. 중로(中路) 규모의 이 가로는 도시계획 도로 기준상 도로 폭 12m 이상 25m 미만의 2~4차선 도로다. 양화로, 연희로, 독막로 등 홍대 안의 대로는 중로만큼 상권 확장에 기여하지 못한다.

    다른 서울 지역과 비교해 홍대 지역의 특별한 점은 가로의 수와 길이다. 길이 1.5㎞가 넘는 걷기 좋은 가로가 지역 곳곳을 연결한다. 가로수길, 서래마을 등 다른 지역은 500m 안팎의 짧은 중로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홍대 상권은 홍대 정문 앞 와우산로에서 시작했다. 와우산로 주변에 모인 예술가 작업실과 입시 학원이 홍대 문화의 토대였다. 와우산로 상권은 그 후 남쪽으로 이동, 상수동과 합정동을 홍대권으로 편입했다. 현재 와우산로 북쪽 입구에서 홍대 정문을 지나 상수동과 합정동으로 연결되는 가로 길이는 총 2.3㎞에 달한다.

    서교동의 중심 거리는 걷고싶은거리-홍통거리-주차장길-당인리발전소로 이어지는 1.6㎞ 길이의 어울마당로다. 과거 서강역에서 당인리발전소를 잇는 철길을 재생한 도로다. 홍대 문화를 대표하는 클럽들이 자리 잡으면서 관광객이 많이 찾는 홍대권의 랜드마크다. 와우북페스티벌, 플리마켓 등 다양한 문화 예술 행사가 상상마당 일대 주차장 거리에서 열린다.

    서촌과 삼청동 상권 통합해야

    홍대 서부 지역에서 망원동-성산동-연남동-연희동을 연결한 가로는 연장 4.2㎞의 동교로와 2.8㎞의 성미산로다. 흥미로운 동교로 보행 시설이 연남동과 연희동을 연결하는 두 굴다리다. 하나는 경의중앙선 아래, 다른 하나는 성산로 아래에 건설된 굴다리다. 이 굴다리를 통해 연희동으로 넘어오는 연남동 유동 인구로 인해 연희동이 홍대권으로 편입됐다.

    창조 도시 관점에서 용산과 청와대 지역에 시급한 것은 랜드마크나 대형 상업 시설이 아닌 상권을 확장하는 격자형 작은 길이다. 현대 창조 도시는 대형 단지가 아닌 격자형으로 계획된, 걷기 좋고 장사하기 좋은 동네에 들어선다.

    청와대 지역은 격자형 도시를 구축하기 상대적으로 쉬운 지역이다. 이미 많은 작은 길이 서촌, 삼청동, 북촌을 연결한다. 해결해야 할 문제는 서촌과 삼청동 상권의 단절이다. 현재 이 두 지역을 연결하는 청와대로에 적절한 수준의 문화 시설과 상업 시설을 배치해 서촌과 삼청동을 한 상권으로 통합해야 한다.

    작은 길 중심의 공간 구조 구축해야

    용산은 새로 디자인하기 어려운 곳이다. 간선도로인 한강대로 말고는 용산 서부 지역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도로가 없다. 미군 기지를 공원화하면서 새로운 가로를 건설해 남영동 두텁바위로, 후암동 후암로로 연결하는 것도 방법이다. 용산 골목 상권 보호도 중요하다. 중로와 연결된 골목길이 풍부하지 않은 상권은 활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홍대, 성수동 등 서울을 대표하는 창조 도시의 기본 공간 단위는 격자형 가로다. 서울시가 청와대와 용산에 작은 길 중심의 공간 구조를 구축해 이 지역을 진정으로 서울 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창조 도시로 육성하길 기대한다.
    기고자 : 모종린 연세대 교수·'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 저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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