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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포커스] '굴기' 외친 중국 축구 '굴욕'을 맛보다

    송원형 기자

    발행일 : 2022.05.13 / 스포츠 A2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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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대한 돈 써서 외국선수 영입한 수퍼리그 구단들 재정난에 허덕

    광저우FC는 중국 프로축구 수퍼리그를 대표하는 팀이다. 2010년 중국 부동산 기업 헝다에 인수된 후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리그 7연패(連覇)를 이뤘고, 2019년 여덟 번째 리그 정상에 섰다. 2013년과 2015년엔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컵도 들어 올렸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2015년 전후로 내세운 '축구 굴기(崛起·축구를 일으켜 세운다)'에도 적극 동참했다. 2015년 여름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브라질 우승을 이끈 루이스 스콜라리 감독을 사령탑으로 데려왔고, 브라질 대표팀 공격수 호비뉴도 AC밀란(이탈리아)에서 영입했다. 축구 이적 시장 통계를 다루는 독일의 트랜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광저우는 2015년 여름~2016년 겨울 이적 시장에서 약 990억원을 썼다. 전 세계 클럽 중 열여덟 번째로 돈을 많이 쏟아부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사이 처지가 바뀌었다. 광저우는 작년 모기업 헝다가 파산 위기에 몰리자 파비오 칸나바로 감독과 파울리뉴 등 이름 있는 지도자와 선수들을 떠나보냈다. 올해 2월엔 중국에 귀화해 대표팀에서 뛰던 선수 5명과도 계약을 해지했다. 광저우는 중국 내 코로나 재확산으로 수퍼리그 개막일이 정해지지 않자 일정 중복을 우려해 지난 4월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 어린 선수만 내보냈다가 한 골도 넣지 못하고 24실점하며 6전 전패를 당했다. 트랜스퍼마르크트가 산정한 광저우 시장 가치는 2019년 7월 9738만유로(약 1319억원)에서 현재 438만유로(약 59억원)로 95.5% 줄었다.

    ◇'황사 머니'가 세운 모래성

    광저우만 겪는 문제가 아니다. 중국 리그 소속팀 대다수가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기 침체에 따른 모기업 재정 위기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클럽들이 지급하지 못한 임금이 수개월 치 밀리면서, 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코치들과 선수들이 FIFA(국제축구연맹)에 보낸 항의 메일이 수백만 건에 달한다고 전했다. 작년 수퍼리그에서 뛰다가 올해 2부 리그로 강등된 칭다오FC는 지난 4월 재정난으로 해체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칭다오FC가 최근 두 시즌 동안 자금 부족으로 힘들었다. 임금 체납을 견디다 못한 일부 선수가 작년 12월 파업하겠다고 했다"며 "가족 부양을 위해 여기저기 돈을 빌리거나 다른 팀을 알아보는 선수들도 있다"고 전했다. 구단 입장에서 경기가 열리고 관중이 좀 들어와야 숨통이 조금 트일 텐데, 코로나 봉쇄 조치로 리그 개막 일정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중국 수퍼리그는 '축구광'이던 시진핑 주석이 축구굴기를 내세운 후 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급격히 성장했다. 특히 현금이 많은 부동산, 유통 기업들이 수퍼리그에 뛰어들어 해외 유명 감독과 선수들을 경쟁하듯 데려왔다. 장쑤 쑤닝은 2015년 여름, 2016년 겨울 이적 시장에서 1억110만유로(약 1361억원)를 써 지출 기준으로 전 세계 구단 중 11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대규모 투자로 2020년 수퍼리그 정상에 섰던 장쑤 쑤닝은 이듬해 2월 해체됐다. 모기업인 중국 최대 가전 유통업체 쑤닝이 재정 위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대표팀 부진도 위기에 한몫"

    장쑤 쑤닝의 해체는 중국 리그 부실이 드러나는 신호탄이었다. 해외 유명 선수들을 비싸게 데려오면서 중국 선수들 몸값도 덩달아 높아졌다. 영국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팅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중국 리그 평균 연봉은 15억4000만원으로 J리그(4억2000만원)의 3.7배, K리그(2억원)의 7.7배에 달했다. 리그 전반에 거품이 낀 상황에서 여러 구단의 돈줄이 마르면서 임금 체납이 만연했다. 중국축구협회 등이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을 두는 등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늦었다.

    중국 대표팀의 부진도 중국 리그 위기에 영향을 줬다. 중국은 자국 리그에서 활약이 뛰어난 외국인 선수를 귀화시켜 올해 11월 열리는 카타르월드컵에 나가려는 목표를 세웠는데 중국 대표팀은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 베트남에 1대3으로 지는 등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탈락했다. 중국 옌볜 푸더 감독을 지낸 박태하 한국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은 "대표팀 성적이 좋았다면 기업들이 구단 운영을 어떻게든 잘해보려고 했을 것"이라며 "축구에 대한 중국 내 관심이 낮아진 상황에서 구단 모기업 경영 어려움마저 겹치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픽] 중국 축구굴기 꿈으로 끝나나
    기고자 : 송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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