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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다시 쓰는 젠더 리포트] (4) 결혼 주저하는 이대남 "집값은 왜 남자가 더 부담해야하나"

    특별취재팀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김연주 사회정책부 차장 변희원 산업부 차장 김경필 정치부 기자 유종헌 사회부 기자 유재인 사회부 기자 윤상진 사회부 기자

    발행일 : 2022.05.13 / 기타 A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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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트도 결혼도… 비용 압박에 망설여

    서울 종로구 서촌의 한 바(Bar)에서 일하는 바텐더 박희만(28)씨는 2년째 사귀는 여자 친구가 있지만 당장은 결혼할 생각이 없다. 직장에서 월 250만원을 받고, 월세·생활비 등을 뺀 120만원 정도를 매달 저축하지만 지금까지 모아둔 돈은 2000만원 내외다. 박씨는 "결혼하려면 남자가 최소 1억원은 들고 가야 할 텐데, 지금 월급으로는 5~6년은 더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직장인 이동민(28)씨는 데이트 비용을 모두 떠안는 게 부담이라고 했다. 이씨는 "여자 친구가 학생이고 내가 직장인일 때는 대부분 비용을 내가 냈는데, 내가 대학원에 진학하고 여자 친구가 취업한 후에도 내가 돈 내는 걸 당연히 여겼다"면서 "그렇다고 '네가 더 부담하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다"고 했다.

    20대 남성들은 연애·결혼 시장에서 남자가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결혼 시 남성이 주택 마련 비용의 60%를 부담해야 한다'고 답했다. 남성 부담 비율을 61~80%로 답한 응답자도 27.3%나 됐다. 20대 남성의 절반(49.9%)은 연애와 결혼 비용을 "공평하게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회적 분위기는 여전히 '집 장만=남자'라는 기대가 크다는 뜻이다.

    결혼 단계로 진입하면 갈등은 더 커진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윤모(28)씨는 최근 결혼을 약속한 여자 친구에게 '프러포즈에 굳이 다이아 반지가 필요하냐'고 했다가 크게 다퉜다. 회사 40·50대 상사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자 "안 사주면 평생 바가지 긁힌다"고 해 결국 유명 보석 브랜드에서 600만원을 주고 다이아 반지를 맞췄다. 결혼 정보 업체 듀오 조사에 따르면, 올해 신혼부부 총 결혼 비용은 2억8739만원. 2년 전 조사(1억5332만원)보다 1억원 이상 늘었는데, 주택 자금 증가율이 가장 높았지만 예물 비용도 294만원에서 717만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다음 달 결혼식을 앞둔 이모(30)씨의 경우 호텔 예식장 대관 및 식대 등으로 3200만원,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비용으로 600만원, 결혼식 당일 스냅 사진 및 영상 촬영으로 약 250만원을 썼다. 프러포즈, 신혼여행, 청첩장 등에 소요되는 돈을 합치면 총 비용은 5000만원을 훌쩍 넘긴다. 시장조사 전문 기업 엠브레인 조사에 따르면, 성대한 결혼식을 원하는 국민은 2017년 3.7%에서 올해 10.2%로 5년 새 세 배 가까이로 늘었다. 코로나로 결혼식을 미뤘던 부부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일부 호텔은 식대·대관비를 인상하기도 했다.

    예비 부부들은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가 '결혼의 고급화'를 부추긴다고 했다. 내년 결혼하는 허모(25)씨는 "신부들이 모인 카페에선 현빈·손예진 커플 등 연예인들의 결혼 정보들이 매일같이 올라오는데, 그런 걸 보면 눈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허씨도 한 스냅 사진 업체와 70만원에 계약했다가 '급을 높이라'는 댓글들을 보고 150만원짜리 업체와 재계약했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결혼을 미루거나, 집값 분담률로 다투는 경우도 늘었다. 5000만원대 연봉을 받는 대기업 직원 박세훈(28)씨는 "사회 통념상 남자가 여자보다 두 배 이상 결혼 자금을 대야 할 텐데, 치솟은 집값을 감당할 수 없어 결혼은 30대 중반 이후로 미루려 한다"고 했다. 4급 공무원 A씨는 최근 파혼했다. A씨는 "여성이 나보다 월급도 많고 집안 사정이 좋은데도 집값을 '반반' 부담하기 싫다고 하는 걸 납득할 수 없었다"고 했다.

    통계청 작년 조사에서 결혼하지 않는 주된 이유로 '(본인의) 소득이 적어서'를 꼽은 남성은 15%, 여성 2.6%였다. 반면, 교제 시 상대의 재산·소득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답한 비율은 여성이 훨씬 많았다. 본지가 결혼 정보 업체 선우에 가입한 20세 이상 성인 남녀 69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 여성 83%는 상대방의 소득이 자신보다 낮으면 교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남성은 6%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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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자 : 특별취재팀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김연주 사회정책부 차장 변희원 산업부 차장 김경필 정치부 기자 유종헌 사회부 기자 유재인 사회부 기자 윤상진 사회부 기자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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