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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크림이 산호 해치는 원리 처음으로 규명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발행일 : 2022.05.12 / 경제 B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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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외선 차단 물질인 '옥시벤존'
    산호·말미잘 같은 해양 생물 내부서 당분과 결합하며 독소로 변해

    해변에서 사용 금지된 선크림 성분이 산호초에 독성을 내는 원리가 처음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다른 선크림 성분도 같은 피해를 주는지 평가할 길이 열렸다.

    미국 스탠퍼드대 토목공학과의 윌리엄 미치 교수 연구진은 지난 6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선크림에 쓰는 자외선 차단 물질 옥시벤존이 산호나 말미잘 같은 해양 생물 내부에서 당분과 결합하면서 독소로 변한다"고 밝혔다.

    미 국립공원관리청에 따르면 해마다 미국 해안으로 선크림 6000톤이 흘러 들어간다. 그중 옥시벤존은 산호의 어린 개체를 죽이고 성체의 조직 재생을 방해한다고 알려졌다. 이 때문에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와 하와이, 팔라우 등에서는 옥시벤존 성분의 선크림 사용이 금지됐다. 하지만 옥시벤존의 독성 원리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수조에서 산호와 가까운 해양 생물인 말미잘을 키우며 독성 실험을 했다. 옥시벤존만 주거나 자외선만 비추면 말미잘이 21일까지 생존했다. 자외선을 비추며 동시에 옥시벤존을 물에 흘리면 17일 안에 다 죽었다.

    선크림의 옥시벤존은 원래 자외선을 흡수해 열로 방출한다. 덕분에 피부가 자외선 피해를 보지 않는다. 하지만 말미잘의 몸에 들어가면 당분이 결합하면서 기능이 정반대로 바뀌었다. 자외선을 받으면 세포를 손상하는 활성산소를 생산했다.

    특히 옥시벤존의 독성은 공생 조류가 없어 몸이 하얗게 변한 백화(白化) 말미잘에게서 더 심했다. 백화 말미잘이 옥시벤존과 자외선에 노출되면 일반 말미잘보다 1주일 더 빨리 죽었다. 연구진은 "공생 조류는 독소로 변한 옥시벤존을 자신의 몸에 저장해 숙주에게 가는 피해를 막는다"며 "수온 상승으로 공생 조류가 사라지면 말미잘은 더 이상 옥시벤존의 피해를 막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온난화로 백화 현상을 겪은 산호초는 인간이 방출한 선크림의 공격에 무방비로 당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앞으로 다른 자외선 차단 물질도 같은 방법으로 산호에 피해를 주는지 알아보겠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선크림의 독성이 실제 산호초가 겪는 피해와 거리가 멀다는 비판도 나왔다. 관광객이 없어 선크림에 노출되지 않은 해안에서도 수온 상승이 부른 백화 현상으로 산호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호주 제임스 쿡 대학의 테리 휴스 교수는 네이처 인터뷰에서 "산호초에 가장 큰 위협은 여전히 수온 상승과 오염, 남획"이라며 "관광객들은 옥시벤존 아닌 다른 성분의 선크림을 쓴다고 안심하면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비행기 탑승을 줄이지는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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