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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 윤석열 정부는 4만 달러로 갈 수 있나

    이진석 경제부장

    발행일 : 2022.05.12 / 여론/독자 A3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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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인국, 대인국 이야기만 아는 분들이 많을 텐데 걸리버는 그 고생을 하고서도 다시 항해에 나섰고 또 표류했다. 공중을 떠다니는 섬 '라퓨타'에 가게 된다. 그 나라 학자들은 정치인들의 뇌수술을 연구 중이었다.

    한 나라 안에서 두 정당이 난폭한 투쟁을 할 때 화해시키는 방법으로 고안됐는데 그야말로 난폭한 방법이다. 우선 두 정당에서 100명씩 선발해 두개골의 크기가 비슷한 사람끼리 2인 1조로 짝을 짓는다. 그리고 실력 있는 외과 의사를 1명씩 배정해 두 사람의 뇌가 정확하게 두 부분으로 나뉘도록 두개골을 톱으로 잘라낸 뒤 서로 교환해서 붙인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정치인들의 머릿속에서 국민이 애타게 바라는 타협 정신이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했다. 라퓨타식 뇌수술은 지금도 불가능하니 '걸리버 여행기'가 출간된 300년 전 영국에서는 황당무계한 소리였을 것이다. 한 가지는 분명한데, 그런 수술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그때도 정치인들은 험악하게 싸웠던 모양이다.

    그래도 아마 지금 대한민국보다는 나았을 듯싶다. 윤석열 정부는 총리조차 임명하지 못하고 시작했다.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일 때도 협치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야당이 되고서는 한술 더 뜬다. 무슨 트집을 잡아서라도 윤석열 정부를 넘어뜨리겠다고 마음먹은 것처럼 보인다.

    사람의 인생도 그렇지만, 나라의 운명도 "그때 그러지 말 걸 그랬어" "그때 그랬으면 어땠을까" 싶은 시간들이 있을 듯싶다. 지나고 보면 어차피 그렇게 됐을 것이라고 체념하고 말 일들도 있지만,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절대로 그렇게 보내지 않겠다고 할 순간들도 있을 것이다. 5년 전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2017년 대한민국은 건국 69년 만에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섰다. 6·25전쟁이 끝난 해인 1953년 국민소득은 66.5달러였다. 인구 5000만명 이상인 나라만 치면 3만 달러를 넘어선 7번째 나라다.

    우리보다 앞선 나라는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뿐이다. 아직 달성하지 못한 이탈리아를 제외한 다섯 나라는 3만 달러에서 4만 달러까지 평균 6년이 걸렸다. 식민지와 전쟁의 폐허를 딛고 뒤늦게 출발한 우리는 두 배쯤 더 걸릴 것이라고 한다.

    바쁘게 가도 10년은 넘게 걸린다는데 문재인 정부에서 4년을 흘려보냈다. 문재인 정부 사람들은 모든 걸 코로나 탓으로 돌리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국민이 안다. 세금으로 일자리도, 복지도, 성장도 다 만들겠다고 하더니 나랏빚이 폭증했다. 1000조원이 눈앞이다. 부동산이 뛰면서 주택담보대출이 폭증해 가계부채는 2000조원이 코앞이다. 세계 경제가 흔들리면서 물가는 13년 만에 가장 높이 치솟고, 무역수지가 14년 만에 처음으로 두 달 연속 적자에 빠졌다.

    이틀 전 이런 버거운 짐을 지고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의 두 번째 정부가 출범했다. 윤석열 정부 5년은 갈림길로 기억될 것이다. 그때 참 잘했다고 하게 될지, 도대체 그때 무슨 짓을 한 거냐고 땅을 치게 될지 아직은 모를 일이다.

    한 가지는 확실한데, 모두가 힘을 합쳐 하나로 뭉치지 못한다면 어느 쪽일지는 뻔하다. 지금처럼 갈라져서 고함치고 욕하면, 성장 동력을 찾는 일보다 세금 나눠 쓰는 데 열중하면 어떤 결말을 맞을지 모두가 안다.

    이탈리아는 우리보다 앞선 열강 중에서 유일하게 아직도 3만 달러 시대에 머물고 있다. 2004년 이후 지난해까지 17년째 4만 달러 벽을 깨지 못했다. 아마 어려울 것이다. 분열과 포퓰리즘에 나라의 영혼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기고자 : 이진석 경제부장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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