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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정의 음악 정류장] (28) '리라꽃은 피건만'

    장유정 단국대 자유교양대학 교수·대중음악사학자

    발행일 : 2022.05.12 / 여론/독자 A33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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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봄이 되면 형형색색 꽃도 꽃이거니와 꽃향기에 취하곤 한다. 그중에서도 아까시나무와 라일락 향기가 압권이다. 예고 없이 찾아온 이런 꽃향기가 코끝을 스치면 마음은 제멋대로 울렁거리고 만다. 라일락이라고 하면 누군가는 "라일락 꽃향기 맡으면 잊을 수 없는 기억에"로 시작하는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을 떠올릴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아이유의 '라일락'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라일락은 이름이 여럿이다. '수수꽃다리'라는 정감 가는 순우리말 이름으로도 통용되고, 이국의 여성 이름을 떠오르게 하는 '리라'도 있다. 영어로는 '라일락', 프랑스어로는 '리라'라고 한다. 한때 '리라꽃'을 제목으로 한 노래가 나오곤 했다. '리라꽃 비련'(박재란) '리라꽃 피는 밤'(남인수) '리라꽃 피던 밤'(이미자) '리라꽃 필 때'(윤인숙) '리라꽃 추억'(백일희) 등이 그 예다. 유명한 개사곡인 '베사메무초'에도 "리라꽃 향기를 나에게 전해다오"라며 리라꽃이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임원(林園)'이 1938년에 발표한 '리라꽃은 피건만'을 좋아한다. 그런데 임원이라는 가수의 정체가 처음에는 불분명했다. '목포의 눈물'을 작곡한 손목인이 임원이라는 소문은 있었으나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 2012년에 손목인 작곡가(1999년 별세)의 아내 오정심 여사를 찾아갔다. '임원'이 누군지 모른다던 그는 노래를 듣자마자 "손 선생 목소리 맞아" 하며 좋아하셨다. 하지만 좀 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다. 결국 또 시간이 흘러 우연히 1930년대 자료에서 임원의 사진을 찾았다. 손목인이었다. 같은 사진에 임원과 손목인이라 각각 적힌 것을 확인한 후에야 두 사람이 동일 인물임을 단정할 수 있었다.

    이 노래의 원곡은 1930년에 발표한 독일곡 '붉은 장미를 받아라(Nimm diese roten Rosen)'다. 원곡의 장미가 리라꽃으로 바뀐 이유는 모르겠다. 다만 '리라꽃은 피건만'이라는 개사곡의 노랫말에도 "장미의 꽃 그대를"이라고 해서 장미가 나오긴 한다. 장미꽃을 주며 사랑을 고백하는 원곡의 노랫말과 달리, '리라꽃은 피건만'은 리라꽃 피는 밤에 사랑을 속삭이던 임이 떠나자 그를 그리워하는 노랫말로 이루어져 있다.

    향기는 때로 추억을 싣고 온다. 리라꽃의 꽃말은 '젊은 날의 추억'이다. 희한한 일이다. 젊은 날엔 그저 아팠는데, 지나고 보니 그 또한 아름다운 날들이었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어느 날, 오늘이 아름다운 날이라 추억할 수 있기를, 리라꽃 향기에 실려 오고 실려 갈 우리의 추억이 부디 아름다운 것이기를.
    기고자 : 장유정 단국대 자유교양대학 교수·대중음악사학자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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