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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선생님] [수학 산책] 에르되시 번호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

    발행일 : 2022.05.12 / 특집 A2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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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인슈타인도, 촘스키도 부여받아… 수학자들은 명예처럼 여긴대요

    전 세계에서 수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수학자는 30만~40만 명 정도가 있다고 추산돼요. 그런데 이런 수학자들을 서로 연결하는 '번호'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헝가리 출신 팔 에르되시(1913~1996)는 수학계에서 가장 유명한 '방랑 수학자'라고 해요. 그는 이스라엘·미국·영국 등의 대학교수 직함을 갖고 있었지만, 어느 한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평생 대학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는 방랑자 생활을 했어요.

    그는 평생에 걸쳐 전 세계 수학자 512명과 공동 연구 논문 약 1500편을 발표했는데요. 그러다 보니 당시 활동하고 있었던 웬만한 수학자와는 두서너 단계만 걸치면 연결될 수 있었죠.

    여기서 수학자들의 괴짜 같은 성향이 발휘됩니다. 에르되시와 절친한 미국의 수학자 로널드 그레이엄은 그의 활발한 활동에 감탄해 '에르되시와 전 세계 수학자의 연결성'을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그 결과 '에르되시 번호'가 탄생하게 됩니다.

    먼저 에르되시 본인의 번호는 '0'이에요. 그리고 그와 공동으로 논문을 발표한 사람에게는 번호 '1'이 부여되죠. 번호 '1'을 가진 사람과 또다시 공동 저술을 한 사람은 번호 '2'가 부여되고, '2'인 사람과 공동 저술을 하면 '3'이 부여되는 식이었어요.

    놀랍게도 이 에르되시 번호는 그가 세상을 떠나고 26년이 흐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수학 논문을 한 편이라도 발표한 수학자는 대부분 에르되시 번호가 '8' 이하라는 거예요. 특히 수학계의 가장 권위 있고 명예로운 상인 '필즈상' 수상자는 모두 에르되시 번호가 '9' 이하라고 해요.

    수학자가 아닌데도 에르되시 번호를 가진 학자도 있어요. 예컨대 물리학자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에르되시 번호 '2'를 갖고 있죠. 최근에는 수학계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에르되시 번호를 가진 사람이 늘고 있어요. 구글 창업주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에르되시 번호 '3'을, 미국의 언어학자 놈 촘스키는 번호 '4'를, 양자역학 전공 물리학 박사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전 총리는 번호 '5'를 갖고 있답니다.

    에르되시 번호는 수학자들에게 '명예'처럼 여겨지고 있어요. 번호가 낮을수록 에르되시와 가까이에서 협업한 수학자라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에요. 현재 번호가 '1'인 사람은 전 세계에 512명뿐이라고 해요. 번호가 '2'인 사람도 1만2600여 명이랍니다.

    우리나라에도 번호 '2'를 가진 사람이 꽤 많아요. 한국계 수학자 중 필즈상 수상 후보 1순위로 꼽히는 프린스턴대의 허준이 교수의 번호는 '3'이에요. 참고로 필자의 번호는 '2'랍니다. 번호 '1'을 가진 미국의 유타주립대 비슬리 교수와 공동 연구를 했기 때문이죠.
    기고자 :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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