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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에게 상처는 자산… 시련도 선물입니다"

    박돈규 기자

    발행일 : 2022.05.12 / 문화 A1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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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니상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배우 최정원

    최정원(53)은 남경주와 함께 전업 뮤지컬 시대를 연 배우다. '사랑은 비를 타고' '시카고' '맘마미아' '빌리 엘리어트'에서 주연을 맡아 안정적인 춤과 노래, 연기를 보여줬다. 그런 배우에게도 10년 넘게 도전 목록에 넣어둔 작품이 있었다.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Next to Normal)'의 다이애나는 2011년 국내 초연부터 갈망한 배역이다. '시카고' 등 다른 공연과 겹쳐 3번이나 포기해야 했는데 마침내 그녀를 만났다. 연습할 때마다 운다. 화려하진 않아도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작품이다."

    '넥스트 투 노멀'은 정신 질환을 앓는 다이애나와 그녀의 병이 온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을 치밀한 드라마와 감성적인 노래로 담아낸다. 2009년 토니상에서는 '빌리 엘리어트'를 누르고 음악상을 차지했다. 제목은 '정상인과 이웃해서'라는 뜻. 최정원은 "주변을 돌아보면 상처 없는 가족이 없다"며 "삶의 시련이 거꾸로 선물이 될 수 있다고 노래하는 귀한 뮤지컬"이라고 했다.

    ―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작품인가.

    "굿맨 가족은 겉보기에는 평범하다. 하지만 속을 들추면 다이애나는 과거의 상처에 시달리고 남편 댄이 아내를 지키는 동안 딸 나탈리는 '투명인간'처럼 소외돼 있다. 여느 가족과 비슷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를 어루만지고 치유하는 이야기다."

    ―개인적 상처도 있나.

    "친오빠가 암 환자다. 주 3회 투석을 받는 분도 있다. 나는 '배우는 작은 철학자, 작은 의사와 같다'고 감히 생각한다. 무대에서 삶의 문제를 던지고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나 또한 공연하는 동안 아픔이 가라앉는다."

    ―이 뮤지컬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토니상이 입증하듯 음악적으로 완벽하다. 댄이 '아픈 기억을 지우고 정상으로 돌아갈 방법은 전기치료밖에 없다'고 설득하고 다이애나가 동의하며 부르는 '어둠 속의 빛'을 포함해 아름답고 세련된 곡이 많다."

    ―보랏빛 포스터는 좀 우울해 보인다.

    "내용은 그렇지 않다. 어둠은 빛을 더 빛나게 하기 위한 장치다. 마지막에 희망의 불을 밝히는 노래 '빛'을 부를 땐 눈물이 와락 쏟아진다.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있다."

    최정원은 1989년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로 데뷔했다. 당시 배역은 아가씨 6번. 대사도 한 줄뿐이었지만 재능을 보여주며 빠르게 성장해나갔다. '시카고'는 20년 이상 주연을 맡았고 '맘마미아'는 도나로 1000여 회 공연했다. 아가씨는 어느덧 50대 중반이 됐다.

    ―체력적인 문제는 없나.

    "전혀. 나는 복 받은 사람이다. 공연은 에너지 소진이 아니라 충전이다. 배역을 맡을 때마다 배우는 게 있는데, 다이애나는 내가 가진 모든 것에 감사하게 한다."

    ―1999년 수중 분만으로 딸을 낳는 장면이 방송을 탔다.

    "밤마다 공연하느라 딸에게 자장가를 불러준 기억이 거의 없다. 벌써 스물세 살이다. YG에서 아이돌로 데뷔하려고 10년을 보냈는데 불발됐다. ('최정원의 딸'이라 더 괴로웠겠다고 하자) 결과적으로 잘된 것 같다. 지금은 유니버설뮤직에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 중이다."

    ―이 뮤지컬의 엔딩 장면 이후를 상상해 봤나.

    "행복은 지속되지 않는다. 엄마가 집을 떠나도 이 가족이 늘 행복하지만은 않을 거다. 누구에게는 불행이 먼저 오고 누구에겐 행복이 먼저 온다고 나는 생각한다. 결국 다 공평하다. 시련도 결국 선물이 된다."

    ―무슨 뜻인가?

    "축복을 셀 때 내 상처도 빼지 말라는 말이 있다. 아픈 경험이나 기억이 어느 날 연습하다 떠오를 때마다 '내가 살면서 큰 연기 레슨을 받았구나' 생각한다. 남의 인생을 사는 배우에겐 상처도 자산이다. 힘들 땐 '왜 나한테 시련을 주지?'가 아니라 '또 이렇게 선물을 주는구나'라고 생각한다."
    기고자 :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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