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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장의 그림] 숨겨진 하트

    정상혁 기자

    발행일 : 2022.05.12 / 문화 A1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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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가 포킴(김보현·1917~2014)은 진저리 치며 고국을 떠났다. 일본 유학 이후 1946년 귀국해 조선대 교수로 활동하다 여수·순천사건 당시 좌익으로 몰려 전기 고문을 당했다. 6·25전쟁 와중에는 미군 대령의 딸에게 미술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반동분자로 몰려 인민군에게 고초를 겪었다. 1955년 도미(渡美)했다.

    뉴욕 넥타이공장에서 최저임금을 받으며 그림을 그렸다. 터전을 옮기자 화풍도 일변했다. 동물과 인간이 어우러지는 낙원(樂園)의 이미지를 구현하며 미국 화단에 안착했다. 한국은 낙원이 아니었다. "너무 변해 고향이라는 생각이 안 든다"고도 했다. 그러나 옛 정(情)은 뿌리 깊은 것이었고, 색동저고리와 단청을 포함한 한국적 색채를 그림 곳곳에 넣었다. 그림 23점이 서울 소격동 학고재 개인전에서 6월 12일까지 그 증거로 걸려있다.

    월드컵이 열린 2002년 '호랑이1'을 그렸다. "결국 자신의 뿌리를 발견하고 한국 작가로서의 자부심을 느낀 것"이라 미국 미술평론가 로버트 C. 모건은 설명한다. 축구 대표팀 문장(紋章)처럼 그림 속 호랑이가 정면을 응시한다. 파란 배경에 태극을 의미하듯 빨강의 동그라미가 여럿 떠있다. 유독 호랑이 가슴팍 아래에만, 동그라미 두 개가 맞붙어 하트처럼 보이는 형상이 그려져 있다. 그나마도 절반만 드러나 그 진의를 알기 힘들다. 대놓고 표현하지 못한 어떤 애정처럼.
    기고자 : 정상혁 기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694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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