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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소련권 3국(조지아·카자흐·벨라루스)에 부는 '脫러시아' 바람

    장민석 기자

    발행일 : 2022.05.12 / 국제 A1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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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이웃 국가들에는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대형 사건이다. 옛 소련의 일부였고, 지금도 러시아의 절대적 영향권에 있는 국가들로서는 국제사회와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러시아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특히 조지아와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등 3국은 집권 세력이 과거 또는 현재 친러 성향을 갖고 있지만 국민 사이에선 러시아와 거리를 두거나 아예 서방 쪽으로 접근하려는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한 캅카스 지역의 조지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가장 조마조마하게 바라보는 국가다. 조지아는 지난 2008년 러시아가 쳐들어와 국토 20%에 해당하는 북부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를 내준 뼈아픈 역사가 있다. 집권 여당인 '조지아의 꿈'은 그동안 러시아에 대한 높은 경제적 의존도를 의식한 실용적인 외교 정책을 펴왔다.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도 동참하지 않았다.

    조지아 정부의 이런 태도에 조지아인들은 분노했다. 수도 트빌리시에선 조지아와 우크라이나 국기가 함께 나부끼는 가운데 집권 여당을 규탄하는 집회가 수시로 열리고 있다. 국제의용군으로 참전한 조지아인 9명이 전투 중에 사망했는데 이는 외국 군인으로는 가장 많은 숫자다. 미국 국제공화주의연구소(IRI)가 지난달 조지아인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장 중요한 정치적 파트너를 묻는 질문(복수 응답 가능)에 54%가 유럽연합(EU), 53%가 미국을 택했다. 러시아를 꼽은 조지아인은 4%에 불과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조지아 정부는 지난 3월 EU 가입을 신청하며 서방 쪽으로 방향타를 확실하게 틀었다. 지난 10일엔 EU 가입 후보국 지위 획득을 위한 2차 답변서를 EU 측에 전달했다.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은 최근 아슬아슬한 줄타기 행보를 하고 있다. 지난 1월 카자흐스탄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자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구소련권 6국이 결성한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에 지원을 요청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즉각 공수 부대를 파견해 시위를 무력 진압했다. 그런데 전쟁 이후 토카예프 대통령은 예상을 깨고 러시아와 '거리 두기'를 하는 분위기다. 그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에 보낼 군대를 지원해 달라는 러시아의 요청을 거절했다.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에는 동참하지 않았지만, 자국 내 반러 집회는 허용했다. 러시아군의 상징인 'Z' 표지를 사용하는 것도 금지했다.

    우크라이나 북부와 영토를 맞댄 벨라루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쉽게 칠 수 있도록 영토를 열어주는 등 러시아군의 전진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28년째 벨라루스를 철권 통치 중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2020년 부정선거 논란으로 퇴출 위기를 맞았으나 푸틴의 지원을 받아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가 지난 3월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벨라루스인의 67%가 러시아군이 벨라루스에 주둔한 채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데 반대했다. 벨라루스가 직접 참전하는 데 찬성한다는 응답은 3%에 불과했다. 야권 지도자인 스뱌틀라나 치하노우스카야는 "루카셴코는 푸틴이 우리 땅을 항공모함처럼 사용하게 했다"며 국민의 각성을 촉구했다. 수백 명의 벨라루스인은 1863년 러시아에 대항해 일어난 봉기를 이끈 지도자 카스투스 칼리니스키의 이름을 딴 군대를 조직해 러시아에 맞서고 있다. 그 대대에 복무 중인 파벨 쿨라잔카는 외신 인터뷰에서 "독립한 우크라이나가 없다면 독립한 벨라루스도 없다"고 밝혔다. 최근엔 벨라루스의 반정부 철도 노동자들이 우크라이나 방향 신호 제어기를 파괴해 러시아군의 진격을 늦추기도 했다.

    [그래픽] 조지아·카자흐·벨라루스 위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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