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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해서, 몰라서, 눈총에… 20%가 '복지사각'

    김경은 기자 민영빈 조선비즈 기자

    발행일 : 2022.05.12 / 사회 A1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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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사연, 8185명 조사… 13%는"도움 받을 곳 없고, 원치도 않아"

    고교 중퇴 후 상경(上京)해 일용직을 전전하다 고관절을 다친 이모(53)씨는 8년 전 고향으로 내려갔다. 노모와 둘이 살지만 생계는 팍팍하다. 기초생활수급자 신청도 해봤지만 "(노모) 재산(밭과 집)이 기준 이상"이란 이유로 거절당했다. 주민센터 담당자에게 "농지나 집은 재산 가치가 거의 없고, 수입이 없어 생계가 힘들다"고 여러 번 호소했지만, "현행 규정상 안 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제 그는 밭에서 나는 고추·상추 등으로 끼니만 때우고 집 밖엔 나가지 않는다. "가진 것 없고 손 내밀 데도 없다"면서 "이렇게 살다가 조용히 죽겠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복지 사각(死角)지대에 놓였지만 도움을 원하지 않는, 이른바 '사회적 배제(Social Exclusion)'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10명 중 2명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8~10월 만 19~59세 성인 8185명에게 "금전적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줄 데가 있느냐"고 물어본 결과, "도움 받을 곳은 있지만 원하지 않는다"(자발적 배제 집단)가 8.61%, "도움 받을 곳도 없고 원하지도 않는다"(고립 집단)가 13.07%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절반이 저소득층에 속한다는 것을 감안해도, 5명 중 1명은 '사회로부터 도피'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배제와 고립이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 적잖이 나타나는 이유는 우리 복지제도가 가진 '신청주의' 한계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스스로 신청하면 혜택을 주는 제도는 근본적으로 가난을 '입증'해야 한다는 장벽이 있다. 시민단체 빈곤사회연대와 한국도시연구소는 2019년 보고서를 통해 기초생활수급자 선정 과정 문제를 지적했다. 자격 조건이 엄격하고 절차도 복잡한 데다 보장 수준도 낮으며 (수급자라는) 낙인에 대한 두려움, (관련) 정보 부족 등이 복지 제도로부터 소외되는 빈곤층을 낳는다는 설명이다.

    30대 지체장애 아들과 사는 70대 차모씨는 휠체어 지원을 신청할 때마다 거부됐다. "대여섯 번 그러고 나니 힘이 없어 더 이상 못 하겠다"며 포기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긴급복지지원, 자활사업, 기초연금 등 '탈(脫)빈곤'을 돕는 정책은 많다. 하지만 이런 혜택은 구석구석 퍼지지 않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대상 기초연금은 지난해 12월 기준 수급 대상자가 883만5000명이었지만, 실제 수급자는 597만3000명. 3분의 1은 받을 수 있는데도 안 받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2016년부터 건강보험료·전기료 체납 등 정보를 토대로 복지 사각지대 '위기 가구'를 찾아 지자체에 통보하는 체계를 운영했다. 시행 첫해부터 20만여 명을 찾아냈고, 지난해엔 130만명 이상이 새로 발굴됐다. 마땅히 누릴 수 있는 복지 혜택을 그간 받지 못했던 소외 계층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은둔 청년 지원 사업을 하는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 정원상 간사는 "지난해 10월부터 부양의무자가 있든 없든 기초생활수급을 받을 수 있게 제도가 개선됐는데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면서 "이전에 여러 번 거절된 이들은 관심을 끊고 살아 법이 바뀌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정세정 보사연 부연구위원은 "코로나 이후 고립과 은둔을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있는데 이들을 방치하면 나중에 큰 사회 갈등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서비스 거절을 통보할 때 그냥 '탈락' 사실만 알려줄 게 아니라 긴급지원제도나 주택연금제도처럼 다른 제도를 검토해보라고 알려주는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픽] 복지 사각지대 발굴 현황
    기고자 : 김경은 기자 민영빈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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