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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이름 쓰는 투표 고집하는 日

    최은경 도쿄 특파원

    발행일 : 2022.05.11 / 여론/독자 A3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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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결과는 '어차피 자민당'으로 정해져 있기에 분위기가 달아오를 일은 없다. 하지만 일본 특유의 자서식(自書式) 투표법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시작되는 분위기다. 일본은 유권자가 직접 정당(비례대표)·후보자(선거구) 이름을 투표 용지에 각각 연필로 적는 특유의 투표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게 '갈라파고스 투표법'이라는 비판이 다시 부상한 것이다.

    일본의 투표 방식이 재차 문제가 된 이유는 일본 야당들의 '민주당 쟁탈전 촌극' 때문이다. 야당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은 지난해 중의원(하원) 선거 때부터 자기 당의 정식 약칭을 '민주당'으로 고집하고 있다. 각 정당의 정식 약칭은 투표소에 게시되는 '정당 일람표'에 공식 기재된다. 비례대표 투표용지에 약칭만 적어내도 유효표로 인정받을 수 있다. 두 야당이 2009년 정권 교체에 성공한 민주당이라는 이름을 포기하지 못해, 정당 두 곳이 같은 약칭을 쓰는 해프닝이 벌어지는 것이다.

    결국 작년 중의원 선거 때엔 민주당이라고 적힌 362만표는 각 정당 득표 비율에 맞춰 임의 배분됐다. 어느 민주당인지 정확히 분류할 수 없어 규정에 따라 처리한 결과다. 그게 진짜 유권자의 뜻이었는지 의문으로 남은 건 물론이다. 하지만 두 야당은 올 참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 약칭을 중복으로 쓰겠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이제야말로 일본의 투표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자서식 투표 방식을 고집하니 늘 무효표 문제가 나온다. 정당이나 후보자 이름을 크게 틀려, 자동 판별 기계의 분류 범주를 벗어나는 '의문표'가 다수 나오기 때문이다. 고령화 사회에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도 크다. 표기가 번거로워 투표를 포기하는 사람이 늘면 안 그래도 낮은 투표율(작년 중의원 선거 55.93%)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후보자의 성·이름이 같으면 더 헷갈린다. 이제는 정당 약칭까지 같은 해프닝이 벌어졌다.

    무효표를 줄이고,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다른 나라처럼 기호식 투표나 전자 투표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일본 국회의원 다수는 여전히 "유권자가 직접 이름을 적어 뽑아준 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기존 제도를 두둔한다고 한다.

    기존 제도를 웬만하면 바꾸려 하지 않는 모습은 일본에서 늘 반복되는 풍경이다. 모든 것에 신중한 문화와 기본 성향도 있지만 "남들이 뭐라 해도 일본식 제도 나름의 장점이 있다" "일본의 현 제도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자국에 대한 자부심과 긍정이 제도 개선 요구를 압도한다. 그러나 앞으로도 이런 방식이 계속 유효할지는 의문이다. 자국의 방식으로 성공한 영광만 기억하며 과거 방식만 고집하는 '선진국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닐까.
    기고자 : 최은경 도쿄 특파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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