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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티의 유럽 통신] 우크라 전쟁이 일깨운 안보 위기… 유럽군 창설 숙원 70년 만에 푼다

    프란체스코 알베르티 이탈리아 저널리스트·前 마이니치신문 기자

    발행일 : 2022.05.11 / 여론/독자 A33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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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각 나라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안보에 관한 위기의식이 부쩍 커졌다. 갑작스러운 외부 위협에 직면했을 때 개별적으로는 대처에 한계가 있다고 인식한 것이다. 공동 위기 관리에 대한 대책으로 유럽연합(EU)이 최근 합의한 것이 '전략적 나침반(Strategic Compass)'으로 명명한 공동 안보 전략이다. 핵심은 5000명 규모의 유럽 공동 군대를 창설하는 것이다. 비상사태를 대비한 신속 대응군으로 편성해 2025년 본격 운영할 전망이다.

    유럽방위군은 EU의 전신인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 출범 당시부터 추진했던 사안이다. ECSC 회원국 이탈리아, 프랑스, 서독,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가 공동 국방 예산을 마련해 무기를 구입하고 같은 군복을 입는 군대를 운영하려고 했는데, 1954년 프랑스 의회 동의를 얻지 못해 좌절됐다. 올해 EU가 합의한 유럽군이 2025년 출범한다면 약 70년 만에 숙원을 이루는 셈이다.

    이번에 EU 회원 27국이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나침반'에 합의한 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영향을 끼쳤다. 앞서 지난 3월 EU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액 규모를 5억유로에서 10억유로(약 1조3478억원)로 늘렸다. EU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뿐 아니라 지중해 동부와 중앙아프리카 등 EU와 주변의 지정학적 불안정성을 감안할 때 '전략적 나침반'은 공동 안보 방위 정책의 획기적 이정표"라고 했다.

    EU의 '전략적 나침반'에는 목표 4개가 명시돼 있다. 위기 상황에서 신속 대응(Act), 위협으로부터 시민의 안전 보장(Secure), 관련 기술 투자(Invest), 동반자 관계(Partner) 구축 등이다.

    신속 대응(Act)의 대표적 전략이 유럽 신속대응군 창설이다. 우선 5000명 규모로 꾸릴 계획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롯해 최근 더욱 커진 지정학적 불안정성에 군사적으로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한다는 취지다. 유럽군은 육상과 해상에서 정기적으로 실전 훈련을 실시해 대비 태세를 강화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국방 전문지 리비스타 이탈리아나 디페자(RID)의 피에트로 바타치 편집장은 "유럽군은 앞으로 더욱 통합된 EU 군사력을 향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유럽군 창설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회원국 만장일치를 요구하는 의사 결정 구조 때문에 앞으로 군 창설 과정에서 난관이 많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략적 나침반'이 내세우는 안전 보장(Secure)은 허위 정보와 사이버 공격, 선거 조작 등 비군사적 수단이 혼합된 하이브리드 위협을 탐지하고 대응하는 전략을 담고 있다. 우크라이나전 초기에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이 잇따랐던 것처럼 오늘날에는 사이버 위협도 커졌다. 사이버전 방어 능력 강화를 위한 합동 훈련을 비롯해 하이브리드전 신속 대응이 시민의 안전 보장을 위한 주요 현안으로 부각된 것이다. 이와 관련한 법안은 유럽집행위원회(EC)가 마련할 계획이다.

    '전략적 나침반'의 투자(Invest)는 국방력 강화를 위해 투자와 연구·개발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EU 회원국은 국방비 증액에 합의했다.

    유럽방위청(EDA)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국방 연구·개발(R&D)에 있어서 공동 R&D는 전체의 6%에 불과했고, 공동 조달도 전체 조달의 11%에 불과했다. EU는 공동 군사 연구·개발 등을 늘리기 위해서 유럽 방위 기금을 2021~2027년 약 80억 유로 투입할 계획이다.

    동반자(Partner) 관계 구축은 EU뿐 아니라 미국, 캐나다, 영국, 일본, 노르웨이와의 관계 강화도 담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안보를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EU가 이번에 유럽군 창설을 추진하지만, 나토와의 협력 관계는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바타치 RID 편집장은 "여전히 나토는 EU의 주요 방위 파트너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EU의 국방 정책 강화에는 당분간 나토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동반자 관계 구축은 대화와 협력을 통해 서발칸, 아프리카, 아시아, 남아메리카와 손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어떤 식으로 구체화할지 실행 계획이 담겨있지 않아 실현 여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EU의 '전략적 나침반'은 회원 27국이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가 간 격차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러한 차이를 줄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의 안보 전략과 달리 안보의 의미에 대한 회원국 간 합의를 먼저 이루고 공통 로드맵을 만드는 방식을 택한 것도 특징적이다. 다만 전략적 나침반이 유럽의 지정학적 불안정성을 완전히 해소하고 확고한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회원 27국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에 일사불란한 정책 집행이 어려울 것이고, 결국은 이도 저도 아닌 타협안으로 동력을 잃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EU 관계자는 "전략적 나침반이 완벽할 수는 없지만 기존과는 다른 관점에서 유럽의 공동 안보를 바라보는 것이고, 현실적이면서도 새로운 출발점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래픽] 유럽연합 공동안보 전략
    기고자 : 프란체스코 알베르티 이탈리아 저널리스트·前 마이니치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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