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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고레에다 + 주연 송강호… 이 영화의 국적은 어디인가

    김성현 기자 이태훈 기자

    발행일 : 2022.05.11 / 문화 A2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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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적 경계 넘나드는 한국 영화

    우선 단답형 퀴즈부터.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연출하고, 송강호·강동원·배두나·이지은(아이유)이 주연한 신작 '브로커'는 한국 영화일까, 일본 영화일까.

    정답은 '한국 영화'다. 영화의 투자·배급을 한국 CJ ENM이 맡았기 때문이다. 그 힌트는 10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브로커'의 제작 보고회 현장에서도 쏟아져 나왔다. 고레에다 감독은 2018년 '어느 가족'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일본 영화 거장. "고레에다 감독님 최초의 한국 영화"(배우 송강호)라는 소개처럼 그가 한국에서 한국 제작진과 한국 영화를 연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주연배우들은 현장에 참석하고 일본 감독은 실시간 화상으로 연결된 풍경부터 지극히 다국적이었다.

    이날 보고회에서 고레에다 감독은 한국 드라마 마니아라는 사실도 고백했다. 그는 "코로나 기간 집에 머물면서 한류(韓流) 드라마에 푹 빠져 지냈다. 특히 '나의 아저씨'는 후반에 이지은씨가 나올 적마다 계속 울었고, '이태원 클라쓰'도 두 번 보았다"고 말했다.

    K일까, K가 아닐까. 한류 확산으로 한국 영화·드라마의 '국적(國籍)'도 날이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다. "투자 제작 환경의 세계화와 다양화로 영상 산업에서 국가 간 장벽은 무너지는 추세다. 전통적 영화의 국적이 갖는 의미가 점차 희미해지는 것"(영화 평론가 정지욱)이라는 분석이다.

    2000년대 한국 영화들이 칸·베네치아·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 정상에 오르면서 배우뿐 아니라 연출과 촬영 등 제작 인력의 해외 진출도 본격화했다. 미 영화 '스토커'와 영국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을 연출한 박찬욱 감독, 넷플릭스 영화 '옥자'를 만든 봉준호 감독, 할리우드 영화 '그것'과 '언차티드' 등에서 카메라를 잡은 정정훈 촬영 감독 등이 대표적이다.

    동시에 한국 영화계도 외국 배우와 감독을 끌어들여서 제작하는 '역수출' 방식으로 문제의식이 전환됐다. '캡틴 아메리카'의 크리스 에번스, '빌리 엘리어트'의 제이미 벨, 틸다 스윈턴 등이 출연한 봉준호의 2013년 '설국열차'가 분기점으로 꼽힌다. 영화 평론가 윤성은씨는 "비록 이 영화가 해외에서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당시 경험이 이후 '기생충'의 눈부신 성과로 이어지는 데 톡톡히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최근 고려인 4세 출신의 박루슬란 감독이 카자흐스탄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카자흐스탄 배우들과 현지 촬영한 '쓰리: 아직 끝나지 않았다"도 한국 아슬란 필름이 제작한 한국 영화다.

    마지막으로 넷플릭스 등 다국적 온라인 영상 서비스(OTT)들이 한국 콘텐츠의 잠재력을 주목하면서 '국산품'과 '수입품'의 구분이 애매모호해졌다. 황동혁 감독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한국에서 제작했지만 미 넷플릭스 작품이다. 배우 윤여정에게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을 안겨준 영화 '미나리' 역시 배우 브래드 피트의 영화사 플랜B가 제작한 미국 영화다. OTT 분야에 진출한 애플의 '파친코' 역시 이민호·윤여정 등 한국 배우들이 출연하고 영어와 일본어보다 한국어가 많이 들리지만 역시 미국 드라마로 분류된다.

    한국 영화 '끝까지 간다'(2014)를 리메이크해서 넷플릭스 글로벌 1위를 기록한 프랑스산(産) 영화 '레스틀리스'처럼 최근에는 한국 영화가 외국의 '교과서' 역할을 하는 경우도 크게 늘었다. 영화 평론가 윤성은씨는 "영화는 전통적으로 '감독의 예술'이라 하지만 동시에 자본 집약적 산업이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한국 영화의 세계화, 세계 영화의 한국 끌어안기를 통한 다국적화·무국적화 현상은 앞으로도 동시다발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이것은 K인가 K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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