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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여왕, 국정 연설 안 하기로… 에드워드 왕자 임신 후 59년만

    파리=정철환 특파원

    발행일 : 2022.05.11 / 국제 A1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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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 필립공 별세 이후 건강 나빠져
    英 왕실 "가끔 겪은 거동 불편 탓"
    찰스 왕세자가 처음으로 대신 연설

    올해 96세인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매년 의회 개원을 알리는 '국정 연설(Queen's speech)'에 불참했다. 1963년 이후 59년 만이다. 영국 왕실은 "단순한 거동 불편 탓"이라고 해명했지만, 지난해 가을부터 외부 일정을 계속 축소해온 여왕에 대한 건강 우려가 다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영국 왕위 계승 문제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10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궁의 의회 개원식에서는 여왕 대신 왕위 승계 1순위인 아들 찰스 왕세자가 나와서 연설을 했다. 찰스 왕세자는 부인 커밀라 파커 볼스(콘월 공작 부인), 아들 윌리엄 왕세손과 함께 왔다. 앞서 버킹엄궁은 전날 여왕의 불참과 찰스 왕세자의 연설 대독 방침을 발표하면서 "가끔 겪어온 거동 불편 문제로, 여왕은 의사와 상의한 끝에 마지못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입헌군주제인 영국에서 의회의 새 회기(會期)는 왕이 참석하는 '의회 개원 행사(the state opening of parliament)'로 시작한다. 왕은 의회 안에 마련된 왕좌에 앉아 올해 내각이 어떤 정책을 실행할지 연설로 밝힌다. 내각이 써준 내용을 그대로 읽는 요식행위지만, 나라의 주권이 여전히 왕에게 있음을 드러내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왕이 개원하는 의회에서 연설하는 것은 영국에 의회가 본격 등장한 14세기부터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중요한 전통이다. 영국의 왕이 이 행사를 거르는 일은 거의 없다. 엘리자베스 여왕도 지난 70년간의 재위 기간 1959년과 1963년 딱 두 번 불참했다. 각각 차남 앤드루 왕자와 삼남 에드워드 왕자를 임신해 안정이 필요한 때였다. BBC 등 영국 언론들은 "여왕의 의회 연설 불참은 59년 만의 일"이라고 전했다.

    여왕은 지난해 4월 남편 필립 공의 사망 이후 건강이 쇠약해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20일 런던 에드워드 7세 병원에 갑작스럽게 입원하기도 했다. 이후 북아일랜드 방문 일정,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정상회담 리셉션, 11월 전몰자 추모 행사 등 예정됐던 공식 일정을 줄줄이 취소해 우려를 낳았다. 여왕은 지난 2월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이후에도 즉위 70주년 기념 행사 등 뒤이은 행사를 취소하거나 화상으로 대체했다. 여왕이 가장 최근에 나선 행사는 지난 3월 남편 필립 공의 1주기 추도 예배 행사였다.

    이날 영국인들의 시선은 의회에 나온 찰스 왕세자에게 집중됐다. 그는 연설을 읽기 전에 옆에 놓인 왕관을 쳐다봤다고 데일리메일이 전했다. 여왕은 그간 생전 양위 가능성에는 선을 그어왔다. 그러나 이번 의회 개원 연설을 계기로 왕위 계승 행보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왕은 재위 70주년을 기념해 5월과 6월 열리는 왕실의 가든 파티에도 불참할 예정이다.
    기고자 :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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