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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때 왼발 일찍 당겼더니… 박병호가 살아났다

    남지현 기자

    발행일 : 2022.05.10 / 스포츠 A2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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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간 부진 딛고 다시 '홈런 1위'

    '국민 거포'가 돌아왔다. KT 박병호(36)는 2022시즌 프로야구 홈런 선두(10개)를 달린다. 4월엔 23경기에서 홈런 5개였는데, 이달 들어 6경기 만에 대포 5방을 추가했다. 52개를 때렸던 2014년 이후 홈런 페이스가 가장 좋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FA(자유계약선수)로 키움에서 이적한 박병호는 "KT는 작년 우승팀이고 좋은 선수들도 많아 부담 없이 시즌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근의 상승세에 대해선 "감독님을 포함해 모든 분이 마음 편하게 뛸 수 있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신 덕분인 것 같다"면서 "한동안 좋지 못했기 때문에 성적에 대한 목표는 없고, 다만 하루하루 새롭게 준비해 부상 없이 시즌을 치르고 싶다"고 말했다.

    앞선 지난 2년간 그에겐 '에이징 커브'라는 표현이 따라다녔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기량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소리였다. 타율은 2할 2푼대에 그쳤고, 홈런은 20개(2020년 21개·2021년 20개) 수준이었으니 이런 말이 나올 법했다.

    빠른 공에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2020년과 2021년에 그가 친 홈런 41개 중 직구를 공략해 담장을 넘긴 비율은 54%(22개)였다. 개인 최다 홈런을 뽑아냈던 2015년엔 대포 53개 중 70%인 37개가 직구를 두들겨 만들어 낸 것이었다. 이승엽(은퇴·현 KBO 홍보대사)을 이어 KBO(한국야구위원회) 리그 역대 최고 강타자를 향해 순항하던 박병호에겐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26세였던 2012년 처음 홈런왕 타이틀(31개)을 차지한 이후 2013년(37개), 2014년(52개), 2015년(53개)까지 4연속 홈런왕이라는 괴력을 뽐냈던 그였다.

    한국 프로야구 첫 4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던 박병호는 미네소타 트윈스와 계약하고 MLB(미 프로야구)에 도전했는데 메이저리그 성적은 2016년 62경기 출전(12홈런·타율 0.191)이 전부였다. 국내로 돌아온 2018년엔 다시 홈런 43개(2위)를 터뜨려 팬들을 열광시켰다. 이듬해인 2019년엔 다시 홈런왕(33개)에 올랐다. 홈런왕 5회는 이승엽과 함께 역대 최다 공동 1위 기록이다. 하지만 2020년부터 갑자기 슬럼프에 빠졌다.

    악몽 같은 2년을 보낸 박병호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로 풀렸다. 원 소속팀인 키움을 비롯해 대부분의 구단은 한물간 듯한 그를 잡기를 주저했다. 지난 시즌 통합 챔피언 KT가 손을 내밀었다. 계약 기간 3년에 총액 30억원(옵션 3억원 포함)으로 대우했다. KT 관계자는 "타구의 속도나 발사각 등이 전성기와 큰 차이가 없었다. 에이징 커브에 접어들었다고 보지 않았기 때문에 믿고 데려온 것"이라고 밝혔다. 이강철 KT 감독도 "(병호가) 20홈런만 쳐줘도 제 몫을 한 것"이라며 부담을 덜어줬다.

    올해 박병호가 살아난 비결은 뭘까. 우선 타격 자세를 미세하게 조정한 점이 효과를 봤다. 우타자인 그는 타격할 때 투구 타이밍에 맞춰 왼발을 몸 쪽으로 끌어당겼다가 내디디며 방망이를 휘두르곤 했다. 최근엔 왼발을 좀 더 일찍 당기면서 빠른 공 대처가 좋아졌다.

    구단 측은 기술적인 변화보다는 심리적인 안정감이 더 주효했다고 본다. 박병호가 압박감에서 벗어나 편안한 마음으로 타석에 서면서 자연스럽게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김강 KT 타격 코치는 "박병호는 모든 방향으로 장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스윙 메커니즘과 힘을 가졌다"고 말했다. 보완해야 할 문제점은 애초에 별로 없었다는 뜻이다. 김 코치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박병호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자기 스타일대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도와줬을 뿐"이라며 "누구보다 일찍 야구장에 나오고, 자기 관리에 철저한 선수이기 때문에 성적이 따라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병호의 통산 홈런은 역대 공동 7위(337개)다. 역대 1위인 이승엽의 467개, 2위 SSG 최정의 405개와는 거리가 있지만, 은퇴 시즌을 치르는 중인 롯데 이대호(354개·3위)와는 올해 경쟁이 가능해 보인다. 통산 6번째 홈런왕도 꿈이 아니다.

    [그래픽] 박병호 '작년 부진은 잊어라'
    기고자 :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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