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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시대, 인공위성 역량 급성장

지난 2월 말 중국 남부 하이난 원창(文昌) 우주기지에서 창정(長征) 8호 로켓이 발사됐다. 우주로 날아오른 로켓은 탑재된 위성 22기(총중량 2.6t)를 12차례에 걸쳐 지구 궤도에 뿌리는 데 성공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에서) 로켓 1기로 가장 많은 위성을 발사하는 신기록을 세웠다"고 했다. 시진핑 시대 들어 중국의 인공위성 역량이 양과 질 모두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 1970년 4월 24일 발사된 중국 첫 위성 둥팡훙(東方紅) 1호가 전파로 마오쩌둥 찬양가를 트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500기가 넘는 위성이 중국은 물론 한국 등 지구 전 지역을 들여다보고 있다. 위성 분야에서 부동의 1위였던 미국도 최근 중국이 감시 정찰 위성을 대거 늘린 데 주목하며 긴장하고 있다.

최근 미 국방정보국(DIA)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중국은 총 497기의 위성을 운영하고 있다. 감시 정찰 위성이 262기로 가장 많고, 과학기술 및 기타(125기), 통신(61기), 위성항법 위성(49기) 순이었다 중국은 올 2월 이후 공개된 것만 36기의 위성을 발사해 중국이 운영 중인 위성은 530기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 5월 중국이 운영 중이던 위성이 250기였던 것을 감안하면 4년 만에 2배로 늘어난 셈이다.

중국은 지난 2020년 6월 마지막 베이더우(北斗) 위성을 발사해 '중국판 GPS(Global Positioning System)'인 베이더우 위성항법 시스템을 완성했다. 이로써 미국 GPS에서 독립한 중국은 이후 '중국의 눈' 역할을 하는 맞춤형 위성을 대거 쏘아 올리고 있다. 중국 최첨단 관측 위성인 가오펀(高分)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최신형인 가오펀-3 위성은 총 12개 관측 방식으로 비구름 등의 기상에 상관없이 지상의 물체를 관측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발사를 시작한 하이난(海南), 원창 시리즈 위성은 바다 위의 선박을 추적 감시하는 데 특화돼 있다. 중국 신경보에 따르면 지난해 발사된 기상위성인 펑윈(風雲)-3 위성은 동일 지역에 대한 주간 기상 관측 횟수를 하루 2회에서 3회로 늘리고, 예보 정확도를 2~10%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미국 위성 산업은 NASA(미 항공우주국)와 민간이 각기 따로 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중국판 NASA인 중국항천과학공업그룹(CASIC)이 나서서 발사체(로켓), 위성, 발사장과 데이터 송수신 시설까지 통합적으로 연구, 발전시키고 있다"며 "기술에서 미국이 여전히 중국에 앞서 있지만 중국 국가 차원의 총력전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중국 CASIC는 직원만 30만명에 달하는 거대 조직이다.

위성 기술의 산업화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2월 창정 8호 로켓에 실려 있던 위성 22기 가운데 10기는 지린(吉林)-1 시리즈 위성이었다. 창광(長光)위성기술이 개발한 이 위성은 지금까지 41기가 지구 궤도에서 운영되고 있다. 창광위성기술은 중국과학원 창춘광학정밀기계생물연구소와 지린성 정부 등이 세운 회사다. 중국 매체 지린망에 따르면 지린-1 시리즈는 중국 내 첫 상업용 관측 위성으로 지상에 있는 75㎝ 크기 물체를 식별할 수 있고, 지구상의 모든 지역을 매일 13~15차례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월까지 지구 육지의 99.98%를 촬영한 이 회사는 기업 등 고객에게 다양한 위성사진과 데이터를 판매하고 있다.

중국의 상업 위성은 군용 위성에 비해 탑재 장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정밀도도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연구진은 상업 위성인 지린-1에 인공지능(AI) 기능을 적용해 지표면 물체의 판독 기술을 대폭 개선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미 국방정보국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위성 발전에 대해 "중국군이 한반도, 대만, 인도양, 남중국해 등 잠재적 충돌 지역을 감시하는 데 이용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 중국이 운영 중인 위성 기고자 :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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