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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언취완박'도 머지않았나

    김진명 워싱턴 특파원

    발행일 : 2022.05.07 / 여론/독자 A2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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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코로나 대유행 탓에 3년 만에 재개된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에 참석했다. 무대가 잘 보이는 테이블은 NBC나 CNN 같은 미국 주류 언론사가 다 차지하고, 대부분의 외신 기자들은 무대 위 조 바이든 대통령 얼굴이 손톱만 한 크기로 보이는 구석진 테이블에 앉아야 했다. 하지만 미국 기자들에게 정말로 부러움을 느낀 대목은 따로 있었다. 그들이 일제히 와인 잔을 들어 올리며 외친 "수정헌법 1조를 위해"란 건배사가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미국 수정헌법 1조는 종교·언론·출판·집회의 자유 등을 막는 어떠한 법의 제정도 금지하고 있다. 이처럼 헌법을 통해 입법 권력의 기본권 제약을 차단해 놓은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를 깨닫게 해준 것은 바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란 민주당의 입법 독주였다. 민주당은 검수완박을 관철한 후에도 국회 법사위원장직을 내놓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지난해 집요하게 언론중재법을 추진했던 모습을 떠올리면 '언취완박(언론 취재권 완전 박탈)'도 머지않았다는 위기감이 든다. 수정헌법 1조의 보호를 받는 미국 기자들이 부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 한편으로는 왜 자꾸 대한민국이 미국보다 중국과 닮아가는가란 걱정이 커진다.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처리한 지난 3일, 중국에서는 '마윈 체포설 소동'이 있었다.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항저우시의 국가안전국이 '마모(馬某)'씨를 국가분열 선동죄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는 관영 언론의 보도가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의 체포 소식으로 잘못 해석되면서 알리바바 주가가 한때 10% 가까이 폭락한 것이다. 공산당 지도부에 찍히면 누구나 죄가 있든 없든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는 사회이다 보니, 지난 2020년 금융 당국의 규제를 공개 비판했던 마윈의 체포설을 많이들 사실로 받아들인 것이다.

    "검수완박을 안 하면 문재인 정부 사람들이 죽을 거라며 법안에 찬성하라고 했다"는 무소속 양향자 의원의 말대로라면, 검수완박은 일부 권력자가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해 고안한 것이다. 이런 검수완박과 일부 권력자의 눈 밖에 나면 누구든 감옥에 갈 수 있는 중국의 형사사법 제도 사이에서 선득한 동질감을 느낀 것은 양자 모두 국가권력 간의 '균형'과 '견제'가 무너지고 '법치'에 대한 신뢰가 사라진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였다.

    국가권력의 작동이 언제나 공정하고 항상 투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입법·행정·사법 권력 간의 균형과 검찰·경찰 간의 견제 등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모두에게 '그런대로 공평한 법치'가 이뤄질 것이란 신뢰가 우리 사회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무너진 대한민국은 일당이 지배하는 중국과 얼마나 다른가.
    기고자 : 김진명 워싱턴 특파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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