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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보이스 캐처

    양지호 기자

    발행일 : 2022.05.07 / Books A19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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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셉 터로우 지음|정혜윤 옮김|미래의창|336쪽|1만8000원

    "벽에도 귀가 있다"는 속담은 비유가 아닌 현실이다. 국내 인공지능(AI) 스피커 사용자는 지난해 기준 1600만명을 넘겼다. 손에는 스마트폰 음성 비서가 있다. 제조사들은 이런 AI 스피커와 음성 비서 애플리케이션이 '이름이 불릴 때마다 녹음을 시작해 약 60초 동안 소리를 감지한다'고 주장한다. IPTV 서비스 약정 시 따라오는 셋톱으로, 스마트폰에 기본 장착된 기능으로 AI 음성인식 기능은 순식간에 전 세계 사용자를 확보해나갔다. 그런데 이렇게 수집한 음성 정보는 과연 어떻게 쓰이는 걸까. 조셉 터로우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언론정보학)는 일견 무해해 보이는 음성인식 기능을 짚어나가며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우려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아마존과 구글 같은 회사의 음성인식 기술 관련 특허부터. 아마존은 AI 스피커에 "나 배고파"라고 말하면서 기침을 한 사람이 감기에 걸렸는지 판단하는 특허를 냈다. 음성 데이터를 분석해서 이 사람이 아프다고 판단하면 AI는 "호박죽이 먹고 싶은가"라고 묻는 기능도 있다. 구글은 말투와 음색 같은 특징을 파악해 방에 몇 사람이 있는지, 움직이고 있는지, 누워 있는지 등을 판단하는 특허를 냈다. 구글은 이를 '스마트 홈' 기술이라고 부른다. 일거수일투족과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말겠다는 '빅 테크'의 야심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다. 저자가 인용하는 전문가들에 따르면 체중이 더 나갈수록 남성은 약간 높은 목소리를, 여성은 약간 낮은 목소리를 낸다. 신장을 7.6㎝ 오차 범위 안에서 어림짐작하는 기술도 이미 나왔다. 음성에서 스트레스 증세나 우울증 같은 질환을 유추할 수 있다는 연구진도 있다. 음성만으로 그 사람을 샅샅이 파악하고 맞춤형 광고를 펼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음성에 담긴 특징을 판별해 극단적인 정치적 입장을 더 쉽게 받아들일 것 같은 유권자에게 맞춤형 광고를 노출해 선동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미국 일부 콜센터에서는 이미 초보적이지만 음성인식 기술을 통해 손님을 분류하고 있다고 저자는 전한다. '진상' 손님을 진상 전문 상담사에게 보내고, 물건 구매 가능성이 높은 목소리의 손님은 영업을 잘하는 콜센터 직원에게 돌리고 있다. 저자는 이 기술이 보다 고도화되면 은행은 음성에 담긴 감정과 성격적 특징을 추출해 대출 여부를 결정하는 미래가 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 분석이 정확한지 소비자는 알 길이 없는 상황에서 말이다.

    섬뜩한 부분은 이런 '음성 비서' 기술이 미국 국방 예산으로 탄생했다는 대목이다. 2011년 아이폰4S와 함께 등장한 시리(Siri)는 이름부터 이를 암시한다고 한다. 2003년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은 비영리 연구 기관 'SRI 인터내셔널'에 연구비 1억5000만달러(약 1800억원)를 지원했다. 이 프로그램을 개발한 연구자들이 이후 시리 개발의 주축이 됐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IT 기업은 사람 마음을 끄는 목소리를 부여하고, 사용자 데이터를 관리할 능력을 주고, 싼값에 음성 비서가 탑재된 기기를 공급해 음성 데이터 수집에 나섰다. 국내 AI 스피커의 폭발적인 보급 추세는 IPTV 단말기와 연계됐다는 점을 돌아보자. 아직 음성인식 기술은 고도화되지 않았고, AI 스피커 인기는 차츰 시들해진 것도 맞는다. 가능성에 불과한 리스크에 '오버'하는 것 아니냐 반문할 수도 있다. 저자는 지난해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음성인식 기술 사용에 대한 한계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큰 거부감 없이 빅 테크에 제공해왔던 '내' 음성 정보가 이대로 괜찮을지 되묻게 한다.
    기고자 :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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