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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그리웠던 보육원 아이들, 3년만의 단체외출

    신현지 기자

    발행일 : 2022.05.07 / 사회 A1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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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명 어제 놀이공원 소풍

    "오늘 바이킹을 일단 탈 거고요, 범퍼카가 있으면 그것도 타볼래요. 귀신의 집은 가보고는 싶은데 좀 무서울 거 같아요."

    6일 오전 11시쯤 경기 과천시 서울랜드 매표소 앞에서 지윤(가명·11)이가 흥분된 목소리로 재잘거렸다. 지윤이는 경기도 한 보육원에서 지낸다. 이날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다니는 보육원 어린이 39명이 코로나 사태 이후 3년 만에 단체 소풍을 왔다. 지윤이와 함께 서 있던 은주(가명·12) 역시 "코로나 전에는 놀이공원에 자주 왔었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처음이라 더 신난다"고 했다.

    이 보육원 아이들은 코로나 사태 약 2년간 보육원을 거의 벗어나지 못했다. 단체 생활을 한다는 이유로 2년 넘게 지자체 지침에 따라 외출과 면회가 엄격하게 제한된 것이다. 어린이날도 2020년은 물론, 작년에도 보육원 건물 옥상에서 체육대회를 하는 게 전부였다. 학교가 끝난 뒤 친구들과 함께 떡볶이를 먹고 오는 것조차 금지됐다. 특히 이 보육원 아동 대부분은 부모가 이혼하거나 생계가 어려워져 아이를 시설에 맡긴 사례라고 한다. 하지만 가족들과의 면회조차 제한됐다. 보육원 관계자는 "아이들이 사실상 자기들끼리만 지내니 많이 우울해했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달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이날 3년 만의 어린이날 놀이공원 소풍이 가능해졌다.

    매표소에서 만난 지윤이의 경우, 친부모가 이혼한 후 기초생활수급자였던 어머니가 홀로 키웠지만 생계가 어려워져 지윤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쯤 보육원에 맡겨졌다. 지윤이는 그간 방학이나 명절 때 어머니가 사는 집에 가서 며칠씩 자고 오는 식으로 어머니와의 인연을 이어왔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이런 식의 외출은 불가능해졌다. 1년에 1~2번 명절 때 시설에서 30분 동안 어머니와 면회를 하는 게 전부였다. 은주의 경우, 태어난 직후 이 보육원에 들어왔다. 성과 이름도 보육원에서 지어줬다.

    오후 2시쯤 점심으로 돈가스를 먹은 뒤 다시 놀이기구를 타러 나선 보육원의 초등학생 셋을 만났다. 아이들의 손에는 보육원에서 어린이날 기념으로 준 용돈으로 산 악마 모양 머리띠와 칼 모양 장난감, 팝콘이 들려 있었다. 셋 중 영철(가명·11)이는 홀로 계신 어머니가 있는데, 코로나 탓에 보육원 밖에서 어머니를 맘껏 만나지 못했다. 거리 두기가 풀린 뒤, 보육원에 찾아온 어머니와 최근 2년여 만에 데이트를 했다고 한다.

    이 보육원은 이날 소풍을 시작으로 예전처럼 아이들이 보육원 밖의 다양한 사람과 교류할 수 있게 도울 계획이다. 코로나 전만 해도 이 보육원에는 주말마다 대학생 30명이 와 아이들의 공부를 가르쳐주기도 했다. 아이들과 일대일 결연을 한 후원자들 5~6명도 한 달에 한 번씩 아이들과 함께 어울렸다. 코로나로 이런 활동들이 모두 중단됐다. 후원자들도 이제는 연락이 잘 안 된다. 보육원 원장 A씨는 "아이들에게는 정서적인 교류가 가장 필요한 만큼, 다양한 만남을 통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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