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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없는 원격고용시대, 계약서에 함부로 OK 하지마라

    김지섭 기자

    발행일 : 2022.05.06 / W-BIZ B1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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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관리 유니콘 '딜' CEO의 조언
    이렇게 해야 후회 없는 채용

    팬데믹 이후 원격 근무가 일상이 되면서 채용 시장에서도 국경선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기업들은 전 세계에서 인재를 찾으려 하고, 구직자도 더 이상 자국 기업의 채용 공고만 바라보지 않는다. 하지만 해외 법인 설립 없이 원격으로 외국인을 채용해 현지 법령에 맞게 근로계약을 맺고, 급여 및 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매우 번거로운 일이다.

    이런 수요를 겨냥해 최근 급성장 중인 분야가 HR(인사관리) 테크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딜(deel)은 2019년 1월 설립 후 2년 만에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이 됐고, 기업 가치가 작년 말 기준 55억달러(약 6조8600억원)까지 커지며 이 분야 대표 기업으로 성장 중이다. 투자 유치 규모는 6억2500만달러(약 7800억원)에 달한다. 현재 드롭박스, 쇼피파이 등 전 세계 6000여 기업이 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알렉스 부아지즈 최고경영자(CEO)는 "MIT에서 함께 공부하던 친구 중 미국에서 애플·구글 등에 취업한 친구는 높은 급여를 받고, 고국인 저개발 국가로 돌아간 친구들은 열악한 대우 속에 일하는 모습을 보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동창과 함께 딜을 창업했다"고 했다. WEEKLY BIZ가 부아지즈 CEO와 화상 인터뷰를 갖고 기업과 구직자가 국경 없는 고용의 시대에 대응하는 요령을 물었다.

    복지 혜택 적으면 인센티브 요구하라

    부아지즈 CEO는 "해외 원격 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는 지원하려는 외국 기업이 원격 근무자 대우를 현지 직원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에 맞춰주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현지 직원에게는 생활 자금이나 주거 안정 자금 등을 빌려주지만 해외 원격 근무자는 제공받기 어려운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같은 회사 직원임에도 근무 국가가 다르다는 이유로 받는 복지 혜택이 적다면 근로계약을 할 때 금전적 인센티브 등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방안을 명시해두는 것이 좋다. 그는 "구직자들은 회사의 인지도나 급여 등 겉으로 보이는 것만 중시하는 경우가 많지만, 지원하는 회사의 글로벌 인재 정책, 원격 근무에 대한 배려와 수용도 등을 회사 홈페이지나 현지 직장인 커뮤니티 등에서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해외 원격 근무자에게 가장 이상적인 기업으로는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곳을 꼽았다. 단순히 필요한 일을 해줄 누군가를 찾으려는 기업보다는 직원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는 기업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몇 년 전만 해도 기업들은 글로벌 팀원에게 급여만 잘 지급하면 되고, 회사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지만 최근에는 업무를 통해 글로벌 팀원에게 인상 깊은 경험을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곳이 많다"며 "해외 원격 근무를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는 회사를 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계약서는 이메일 대신 전자계약으로

    최근 전 세계적인 IT 개발자 인력난이 벌어지면서 원격 채용에 관심을 갖는 기업들도 부쩍 늘었다. 웃돈을 주면서까지 개발자를 확보해야 하는 판국이다 보니 인도나 동유럽 등 인건비가 저렴하고 우수한 개발 인력이 많은 지역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하지만 해외 원격 근무자를 뽑는다 해도 '온보딩(채용 확정 후 직원 등록)'까지 마무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지 법령에 맞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채용 예정 직원에게 중대 결격 사유가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다. 올 초 한국무역협회가 진행한 227개 스타트업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타트업이 해외 원격 채용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은 '현지 노무 규정 확인'(53.2%)이었다.

    부아지즈 CEO 역시 "국가별 노무 체계와 준수해야 할 규정들을 현지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정확히 파악해 고용 프로세스를 만들고 수시로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적 테두리뿐 아니라 해당 국가의 노무 관련 환경을 넓은 시각에서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는 "특정 국가에서 특정 형태의 업무가 이뤄지는 것이 현지에서 어떠한 노사 관계로 인식되는지 확인해 계약서에 반영해야 한다"며 "계약서 작성 시 이메일이나 우편보다는 전자계약 방식을 택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또한 해외 원격 근무자를 계약직이 아닌 정규직으로 채용할 경우, 해당 국가에 '기록상 고용주(EOR)' 역할을 맡아줄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채용 예정 직원이 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신원 조회도 필수다. 보통 현지 에이전시에 의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탈리아 등 몇몇 국가에서는 일부 업종과 업무 외에 범죄 경력을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부아지즈 CEO는 "지원자로부터 레퍼런스 체크에 대한 서면 동의를 받아 추후에 법적 문제가 발생할 소지를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차 조정은 직군별로

    해외 원격 근무자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것 역시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은행 지점에 방문해 각국 통화로 환전 후, 건별로 해외 송금 신청서를 작성하고 각종 서류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수료도 내야 한다. 해외 원격 근무자가 1~2명 정도라면 감당할 만하지만 여러 명이면 업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부아지즈 CEO는 "해외 원격 근무자가 수십명이고 일하는 국가도 제각각이라면 급여를 주는 업무만으로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며 "이러한 이유로 딜이 가장 신경 쓰는 분야도 급여 지급 및 관리의 편의성"이라고 말했다. 딜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급여 담당자가 해외 원격 근로자별 지급 정보(통화, 날짜, 금액 등)를 엑셀 파일로 정리해 업로드하면 한두 번의 클릭만으로 일괄 지급 업무를 할 수 있다. 이후 뒤에서 벌어지는 환전 및 송금 절차 등의 작업은 딜 시스템이 알아서 처리한다. 딜에서는 현재 150여 국의 통화와 일부 암호화폐로도 급여를 줄 수 있다.

    해외 원격 근무지에 따른 시차도 고려해야 한다. 팀 내에서 직원 간 근무 시간대가 모두 다르면 업무 효율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부아지즈 CEO는 "처음에는 해외 원격 근무자를 1~2명 정도만 시범적으로 채용해 적응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며 "인원을 조금씩 늘려가되 회의할 일이 많은 직군끼리는 시차를 비슷하게 맞춰 조직 구성을 해야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아지즈 CEO가 해외 원격 근무에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성장 환경과도 관련이 있다. 그는 프랑스 파리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고, 이스라엘과 미국, 영국, 스페인, 중국에서도 살았다. 그는 "살면서 전 세계에서 온 멋진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며 "어디에서 왔는지에 따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달라진다는 것을 깨달으며 이 문제를 비즈니스로 풀고 싶었다"고 했다. 한국의 스타트업 창업가 몇몇과도 친하게 지낸다는 그는 "한국 사람들은 데이터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일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현재 LG와도 함께 일하고 있는데 대기업임에도 예상과 달리 혁신적이고 기민하게 대응하는 모습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래픽] 해외 원격 채용시 느끼는 어려움 / 해외 원격 채용 및 취업 시 고려해야 할 주요 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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