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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디지털 공룡에 철조망 친다

    안상현 기자

    발행일 : 2022.05.06 / W-BIZ B9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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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전부터 '만리방화벽' 세운 중국, 구글은 막고 바이두는 키웠다

    B7면에서 계속

    중국 따라 미국 빅테크 견제 나서

    디지털 무역 장벽의 선봉은 중국이다. 중국은 2017년 6월부터 시행한 사이버보안법 등을 통해 국경 간 데이터 이전을 적극 제한해왔다. 국영기업 통신 사업자를 통해 외국의 IP 주소와 URL에 대한 접근을 통제해 외국 기업의 무역·투자 활동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이른바 '만리 방화벽(Great Firewall)'으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1000개 주요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 중 170여 개가 중국에서 차단돼 이용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에는 유튜브와 페이스북, 왓츠앱, 트위터, 구글, 아마존 등이 포함됐다. 이효영 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 교수는 "중국의 인터넷 규제 정책 시행 결과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에 대한 자국민 서비스 접근을 제한하면서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의 국내 디지털 산업이 급성장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그러자 EU를 비롯한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무역 장벽을 쌓아 미국 빅테크 견제에 나선 것이다. 'FAANG (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으로 대표되는 미국 빅테크들은 온라인 플랫폼을 앞세워 전 세계에 진출한 뒤 절대적인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1일 기준 세계 10대 인터넷 기업 중 시가총액 상위 5개 기업이 미국 기업이다. 전 세계 디지털 무역을 뒷받침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및 플랫폼 시장도 미국 기업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을 살펴보면 아마존(AWS)과 MS, 구글 등 미국 3개 기업이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이 60% 이상이다.

    이를 보고만 있을 수 없던 각 나라들이 꺼내든 비수가 디지털 무역 장벽이다. 효과는 즉각적이다. EU 회원국들은 GDPR 법 시행 후 지난달까지 총 1058건의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누적 부과액만 16억2474만유로(약 2조1600억원)에 달한다. 아마존과 메타, 구글 등이 주요 표적이다. 메타는 지난 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용자 데이터를 전송할 수 없게 된다면 유럽에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포함한 다수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될 것 같다"며 북미 시장 다음가는 유럽에서 철수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불만 높아지는 미국

    자국 기업 견제에 미국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는다.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 중인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망 사용료 소송을 디지털 무역 장벽으로 규정하며 "한국의 입법 노력을 계속 감시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두 회사는 '통신망 이용료를 누가 내느냐'를 놓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데, 과도한 트래픽(데이터 전송량)을 이유로 넷플릭스에 통신망 이용료를 부담시키는 건 차별이라는 게 미국 정부의 주장이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디지털 무역 장벽이 확산하고 있다"며 "디지털 보호주의 확산을 억제하지 못한다면 (기업들의) 세계 시장 진출 기회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했다.

    빅테크에 대한 견제가 계속될 경우 미국 정부가 다양한 방식으로 보복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데이터 흐름을 막고 글로벌 기업들을 집중 타격하는 디지털 무역 장벽이 결국에는 모든 나라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상반기 전자상거래로 수출하는 국내 기업 1029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약 30%의 기업이 '데이터의 국경 간 이동 제한으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이 밖에 업종별로 적게는 20%부터 많게는 70%가 넘는 기업들이 다양한 디지털 무역 장벽으로 인해 사업상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한국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따르면, LG·SKT·네이버 등 EU 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프로젝트를 하나 진행할 때마다 GDPR이 요구하는 표준계약(SCC) 절차를 지키기 위해 적게는 3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의 부대비용을 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SCC는 EU 집행위 또는 회원국 감독기구가 승인한 개인정보보호원칙, 내부 규율, 피해 보상 등 필수적인 조항을 계약서 형식으로 표준화한 것인데 절차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표준계약절차 자체가 어려워 EU 진출을 미리 포기하는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구글세의 유탄도 맞는다. 올해 예상 실적에 OECD 평균 법인세율(23%) 적용 시 삼성전자가 해외 국가에 내야 하는 세금은 1조449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당장은 한국 정부가 외국에 내는 세금만큼 국내 법인세에서 빼주기로 했지만, 2030년에는 디지털세 매출액 기준이 200억유로에서 100억유로로 낮아지며 과세 대상 기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디지털 FTA로 돌파구 찾아야

    높아지는 디지털 무역 장벽에 대항해 우선 미국이 주력하는 돌파구는 디지털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자국 빅테크를 지원하기 위해 미국은 우방국과 높은 수위의 디지털 FTA를 체결하며 세력을 넓히고 있다. 세계 최초의 독립적인 디지털 무역 협정으로 지난 2020년 1월부터 발효된 미·일 디지털무역협정(USJDTA)이 대표적이다. 그간 디지털 무역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신북미자유무역협정(USMCA) 등 일반 무역협정에서 전자상거래 챕터로 포함되는 경우가 전부였다.

    USJDTA의 특징 중 하나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 책임 면제 조항으로, 온라인 플랫폼상에 게재된 콘텐츠에 대해 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묻지 못하게 한다. 최근 EU와 영국에서 미국 빅테크를 겨냥해 유해 콘텐츠에 대한 책임을 플랫폼 기업에 묻는 법안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데, 강력한 우방인 일본과의 협정에선 자국에 유리한 조항을 밀어 넣은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싱가포르는 지난 2020년 6월 뉴질랜드·칠레와 세계 최초로 다자간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EPA)을 체결한 데 이어 2개월 뒤에는 호주와 디지털경제협정(SADEA)을 체결해 데이터 산업 경쟁력을 도모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지난 2020년 6월부터 한국·싱가포르 디지털동반자협정(DPA) 협상을 개시했고, DEPA 가입도 추진 중이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이규엽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신통상전략팀장은 "한국 입장에서 빅테크 강국인 미국과의 디지털 FTA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면서 "싱가포르처럼 대등한 경쟁이 가능한 나라와 협정을 서둘러 산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준계약(SCC)

    Standard Contractual Clauses. EU집행위 또는 회원국 감독 기구가 승인한 개인정보보호원칙, 피해 보상 등 필수적 조항을 계약서 형식으로 표준화한 것으로, 해외 기업들이 EU 시민의 개인정보를 제3국으로 이전할 때 가장 널리 활용하는 수단이다. 다만 절차가 까다로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픽] INFOGRAPHICS [세계의 디지털 무역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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