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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디지털 공룡에 철조망 친다

    안상현 기자

    발행일 : 2022.05.06 / W-BIZ B7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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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P주소·검색기록 함부로 넘겨줄 순 없지" 세계 각국, 법안으로 소송으로 규제 나서

    #1. 룩셈부르크 개인정보보호당국(CNPD)은 지난해 7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 유럽법인에 7억4600만유로(약 1조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지난 2018년 5월 EU(유럽연합)의 강화된 개인정보보호법(GDPR)이 시행된 이후 부과된 과징금 중 최고액이다. CNPD는 온라인 사용 패턴에 따라 광고를 추천하는 아마존의 표적 광고 서비스가 이용자의 충분한 동의 절차 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유럽 시민의 데이터 활용 시 기업들이 지켜야 할 의무가 가득 담긴 GDPR은 위반하는 기업에 전 세계 연간 매출의 최대 4%까지 과징금을 매길 수 있다고 규정해 대표적인 빅테크 규제 법안으로 꼽힌다. 상상도 못한 거액의 과징금에 놀란 아마존은 "룩셈부르크 당국이 GDPR을 주관적으로 해석한 것"이라며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2. 그로부터 한 달 뒤인 작년 8월, 바다 건너 한국에선 구글이나 애플 같은 앱 스토어 사업자의 '인앱(In App) 결제'를 규제하는 법안(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세계 최초로 국회를 통과했다. 인앱 결제는 게임이나 음악, 웹툰 등 앱에서 유료로 상품이나 서비스 구매 시 구글 또는 애플이 제공하는 결제 시스템만 쓰도록 강제하는 방식으로, 두 기업은 결제 과정에서 최대 30%의 수수료를 떼어가 앱 개발자들의 원성을 들어왔다. 구글과 애플의 갑질을 끊겠다는 취지의 이 법안에 대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무역장벽 보고서를 통해 자국 빅테크 기업을 겨냥한 "디지털 무역 장벽"이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컴퓨터 기반의 4차 산업혁명 시대 미국 빅테크의 독주가 가속화되자 세계 각국이 다양한 방식으로 디지털 무역 장벽을 쌓아올리고 있다. 자국 산업이 성장할 시간을 벌고 디지털 경제 패권을 되찾아올 반격의 기회를 마련하겠다는 심산이지만,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를 부추겨 결국엔 부메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두 배 급증한 디지털 무역 장벽

    과거 디지털 무역이라 하면 아마존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상품 구매 같은 전자상거래에 그쳤다. 하지만 이제는 포털 사이트와 클라우드(원격 컴퓨팅) 서비스 같은 디지털 인프라부터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같은 디지털 미디어 등 국경을 오가는 데이터 이동과 지식재산권(콘텐츠 또는 소프트웨어)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장됐다. 가령, 구글 검색도 IP 주소와 검색 기록 같은 데이터가 해외 서버로 이동하는 만큼 디지털 무역으로 분류된다.

    특히 데이터 전송량은 신종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을 거치면서 대폭 늘어났다. 원격근무가 보편화되고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수요가 커지는 등 대대적인 디지털 전환이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이뤄지면서 데이터 흐름이 거세진 것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2022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은 2016년까지 발생한 누적 인터넷 트래픽을 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글로벌 싱크탱크 연합체인 세계무역혁신정책연합(GTIPA)은 현재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25%가 이런 디지털 경제의 영향을 받았다고 평가했는데 앞으로 50%까지 늘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데이터 중심의 디지털 경제가 세계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으면서, 최근 디지털 무역 장벽도 데이터 흐름에 대한 규제에 집중되고 있다. 미국의 IT 정책 전문 싱크탱크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시행 중인 데이터 관련 규제는 작년 기준 62국 144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4년 전(2017년 기준 35국 67개 조치)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이다.

    대표적인 것이 데이터 현지화(Data Localization)다. 한 국가에서 발생한 데이터는 해당국 내에서 저장·처리돼야 한다는 내용으로, EU를 비롯해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터키, 인도네시아 등 여러 국가가 비슷한 규제를 도입했다. 가령, 중국 IT 기업 바이트댄스를 모기업으로 둔 글로벌 소셜미디어 틱톡이 4억2000만유로(약 5600억원)를 들여 내년 초 가동을 목표로 아일랜드에 새 데이터센터 건립에 나선 것도 이 규제 때문이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사용자만 10억명에 달하는 틱톡은 그간 미국과 싱가포르에 해외 이용자 데이터를 저장해왔다. 하지만 EU의 GDPR 시행 등 해외로 데이터 이전을 제한하는 규제가 강화되자 유럽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저장할 서버를 유로존 내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틱톡의 유럽 지역 개인정보보호책임자인 일레인 폭스는 "지역 외부의 데이터 흐름을 최소화할 것"이라며 "데이터 거버넌스에 대한 이런 지역적 접근 방식을 통해 우리는 유럽 데이터 주권 목표에 부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작년 10월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총회에서 전 세계 136국이 최종 합의해 내년부터 시행되는 디지털세(稅) 역시 새로 등장한 디지털 무역 장벽의 일종이다. 해외에 물리적 사업장이 없어도 매출이 발생한 곳에서 세금을 부과한다는 원칙에 따라 글로벌 매출 200억유로(약 26조7000억원) 이상, 이익률 10% 이상 기업에 세금을 부과한다. 미국 빅테크가 주요 과세 대상이어서 '구글세'라고도 불린다.

    ☞GDPR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EU가 2018년 5월 25일부터 시행 중인 유럽의 개인정보보호통합법령. 위반하면 2000만유로(약 265억원)나 전 세계 연간 매출액의 4% 중 높은 금액을 과징금으로 물린다. 모든 외국 기업은 EU에 지사가 있건 없건 별도 허가 없이는 EU에서 수집한 개인 정보 자료를 역외로 반출할 수 없고, 고객이 원하면 삭제해야 한다.

    [그래픽] EU의 디지털 무역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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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자 : 안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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