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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반도체 육성 입법도 검수완박처럼 했다면

    이길성 산업부 차장

    발행일 : 2022.05.06 / 여론/독자 A3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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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 대만은 세계 IT 산업을 호령하는 반도체 최강국이라는 것 외에 공통점이 또 하나 있다. 출산율 세계 꼴찌를 다투는 지구촌 최악의 저출산 국가라는 점이다. 2021년 CIA 월드팩트북에 따르면 한국은 출산율 1.09명, 대만은 1.07명으로 세계 236국 가운데 한국 235위, 대만 236위로 뒤에서 나란히 1·2위에 올랐다. 현재 인구를 겨우 유지하는 수준(인구 대체 출산율)에도 못 미칠 뿐 아니라 '노인들의 나라' 일본(1.38명)과 '중국화'라는 미래에 젊은 세대가 절망하고 있는 홍콩(1.22명)에도 뒤처진다.

    인력 부족, 인재 대란이 예고된 두 나라는 산업 패권을 둘러싼 100년 전쟁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 중국의 거센 도전에 각성하고 반도체 패권을 되찾겠다고 나선 원조 반도체 최강 미국, 그에 맞서 반도체 자립이라는 대장정에 돌입한 중국이 격돌하는 이 싸움은 10~20년을 넘어 어쩌면 한 세기 내내 글로벌 산업계를 뒤흔들지 모른다.

    전쟁 수행을 위한 징집 경쟁은 이미 불이 붙었다. 반도체 인재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자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에 무려 520억달러를 쏟아붓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 금액 가운데 전공 분야 대학생들에 대한 장학금과 산업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 운용 예산 같은 인재 양성 비용만 137억달러에 이른다. 반도체 2류 대륙으로 밀려날 위기에 몰린 유럽은 2030년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20%로 끌어올린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그 바탕은 유럽 각국의 명문 대학들과 산업체의 협력을 통한 인재 확보다.

    중국도 각 지역 간판 대학마다 반도체 관련 학과나 연구센터를 줄줄이 짓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제재를 뚫기 위해 반도체 자립에 나선 중국은 반도체 분야에서 부족한 전문 인력이 올해에만 23만명에 이르는 상황이다. 반도체 연관 산업으로 넓히면 전문 인력 부족 규모는 60만명이 넘는다. 이들이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 한 중국은 코앞의 반도체 강국 대만과 한국에서 전문가와 젊은 인재들을 유혹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저출산으로 이공계 고급 인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대만은 국가 생존 차원에서 전략산업인 반도체 인재 지키기와 양성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 관련 기업과 대학에 대한 지원이 집중되면서, 다른 산업 분야에서 "반도체만 그렇게 챙기면 우리는 어떡하느냐"는 푸념이 나올 정도다. 특히 반도체 산업을 갖지 못한 세계 각국 인재를 대만에서 교육·훈련시켜 반도체 전문가로 양성하는 프로그램도 추진하고 있다. 이 모든 사업은 차이잉원 총통의 진두지휘 아래 이뤄지고 있는 일이다.

    그에 비하면 한국은 절박한 위기 의식이 느껴지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올해 초 뒤늦게 통과된 '반도체특별법'에서도 기업들의 숙원인 수도권 대학 반도체 학과 정원 확대가 빠졌다. 경쟁력을 갖춘 대학들의 반도체 정원은 여전히 꽁꽁 묶여 있다. 인재난이 심화되면서 기업들은 극심한 임금 인상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때 '밀어붙이기'에 손발이 척척 맞았던 문재인 대통령과 168석 현 여당이 반도체 인재난 해소를 위한 입법에도 그처럼 사활을 걸었다면 반도체 인재난은 진작 숨통이 틔었을 것이다. 다행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전부터 반도체 산업현장을 챙기고 있다. 초당적으로 반도체를 키우는 미국, 공산당이 존망을 걸고 자립을 추진중인 중국의 반도체 패권 다툼 속에서 한국은 주춤거릴 여유가 없다. 그랬다간 미·중에 인재도 산업 주도권도 뺏긴 채 미래 완전 박탈이라는 암울한 현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기고자 : 이길성 산업부 차장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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