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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事一言] 長髮은 로커의 고충

    박솔 밴드 '솔루션스' 보컬·싱어송라이터

    발행일 : 2022.05.06 / 문화 A2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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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깨 위로 흐트러진 장발, 찢어진 청바지와 가죽재킷….' 록 음악의 부흥은 이미 오래전 끝났고 세월이 한참 지났건만, '록스타' 하면 지금도 우리가 떠올리는 이미지들이다.

    학창 시절, 록 밴드 너바나의 프런트맨(리드 보컬) 커트 코베인을 좋아했다. 반항기 넘치는 그의 스타일은 그저 착실한 모범생이던 내게 큰 울림을 줬다. 그리고 나는 올해 데뷔 10년 차를 맞은 록 밴드의 프런트맨이 되어있다.

    밴드맨으로 활동하는 동안 내가 좋아했던 로커들처럼 머리를 길러보고 싶었다. 실제로 몇 차례인가 시도도 해봤다. 하지만 이른바 '거지존'(덥수룩하게 보기 흉해지는 머리카락 길이)을 극복하지 못해 중도 하차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장발의 꿈을 접고, '그래, 역시 나는 짧은 머리가 더 어울려'라며 스스로 위안해 오던 차에 느닷없이 팬데믹이 찾아왔다. 2년 넘게 이어진 사회적 거리 두기는 매우 집요하고도 지독하게 내가 서 있어야 할 자리들을 하나씩 앗아갔다.

    딱히 사람 만날 일도, 무대에 설 일도 없다 보니 쇼핑을 한다거나 미용실에 간다거나 하는 일들이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그렇게 집에 틀어박혀 곡 작업만 하는 사이 내 머리 모양은 어느덧 어깨를 넘어선 장발이 되어있었다.

    아,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 했던가. 안타깝게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커트 코베인의 그것과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태어나 처음 해본 장발은 나름 흡족스러웠고, 겨우 길러낸 머리가 아깝기도 해 아직 유지하고 있다.

    한데 이 장발이란 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머리를 감고 말리는 과정에서 손이 많이 가기도 하고, 식사 중 음식과 함께 씹히는 머리카락의 식감은 좀처럼 익숙해지기 힘들다.

    무대 위에서도 마찬가지다. 공연을 하다 음악에 맞춰 몸이라도 좀 흔들라치면 여지없이 이놈의 머리카락들이 얼굴에 달라붙어 잘 떨어지지도 않을뿐더러 노래하고 있는 주인의 입속으로 서슴지 않고 기어 들어가는 만행을 저지른다.

    마냥 멋있게만 보이던, 그 시절 내 청춘의 록스타들의 남모를 고충이 이런 것이었을까. 팬데믹이 가져다 준 뜻밖의 동병상련을 느끼며 왠지 그들과 한 걸음 가까워진 듯한 기분에 그만 실소가 터져 나온다.
    기고자 : 박솔 밴드 '솔루션스' 보컬·싱어송라이터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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