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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빅스텝이 몰고올 '3高(高금리·高환율·高물가) 파도'… 수출까지 타격땐 한국경제 충격

    김신영 기자 뉴욕=정시행 특파원

    발행일 : 2022.05.06 / 종합 A3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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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금리인상 속도전… 세계는 긴축 회오리

    "더 높은 금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우리는 주저 없이 그렇게 할 것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4일(현지 시각) 22년 만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한 뒤 이런 '빅스텝'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다고 강력하게 시사했다. 심각해지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연내 두 차례 정도 빅스텝을 더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22년 전 '닷컴 거품'을 꺼뜨리려고 2000년 5월 단행된 빅스텝은 한 번에 그쳤다.

    연준이 예고대로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면 미국의 금리 수준이 상승하면서 국제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 국내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갈 우려가 있다. 또 달러 가치가 올라가는 강(强)달러 현상으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하면 수입 물가가 오르면서 13년 6개월 만에 최고로 치솟은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더 치솟게 할 위험도 커진다.

    ◇연준 3연속 '빅스텝' 예고

    파월 의장은 이날 '빅스텝' 인상을 발표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0.75%포인트 인상은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통상적인 금리 조정(0.25%포인트)을 의미하는 '베이비스텝'의 2배인 '빅스텝'까지 등장시켰지만, 그보다 더 강한 '자이언트스텝'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투자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던 상황에서 벗어나면서 이날 S&P500 지수가 3.0% 급등하는 등 시장에 안도감이 퍼졌다.

    자이언트스텝은 없다지만, 연준이 예고한 기준금리 인상 강도는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강하다. 올해 다섯 차례 남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중 '빅스텝'을 두 번 밟고 남은 회의에서 금리를 매번 0.25%포인트 올린다면, 현재 연 0.75~1%인 미 기준금리가 연말쯤 2.5~2.75%까지 상승한다. 코로나 이전(2.25~2.5%)보다 높은 수준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연준 기준금리는 '제로(0~0.25%)'였다. 연준이 예상대로 속도를 내 올 1년간 기준금리를 2.5%포인트 인상한다면 인플레이션이 극심했던 1980년대 말 이후 처음이다.

    ◇물가·증시·수출 모두 불안해진 한국

    파월은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이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 1분기 미국 경제가 역(逆)성장했지만 "가계 지출과 기업 투자가 견고하다. 경기 침체를 암시하는 증거는 없다"고 했다.

    경기 침체를 우려하지 않고 물가부터 잡겠다는 연준의 이런 자신감은 한국 등 신흥국 경제엔 위험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기준금리를 따라 미 시장 금리가 올라가면 한국에 투자했던 돈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 금리까지 높은 미국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현재 연 1.5%다. 오는 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0.25%포인트 인상을 하더라도 파월이 예고한 속도로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7월이면 미국에 역전당할 수 있다.

    투자가 몰리며 달러 수요가 커지고 달러 가치가 상승할 경우 환율이 급등(원화 가치 급락)할 우려도 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이미 연초 1192원에서 1266원(4일 종가 기준)으로 올라 있다. 환율 상승은 원화 기준 상품 가격을 낮춰 수출 기업엔 득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수입 상품 가격을 올라가게 해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위험이 크다. 아울러 원저(低)가 한국 주식 등의 달러 기준 가치를 낮춰 한국 자산의 투자 매력도를 더 떨어뜨리고 자금 이탈을 재촉할 우려도 있다. 이런 불안이 번지면서 이미 한국 증시(유가증권시장)에선 연초 이후 외국인 자금이 10조원 넘게 빠져나간 상황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연준이 물가를 잡으려고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려 파월의 예상과 달리 미국에 경기 침체까지 닥치면 그나마 한국 성장률을 받치고 있는 수출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곧 출범할 윤석열 정부가 맞닥뜨릴 글로벌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다른 나라들도 급히 금리를 올리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은 5일 기준금리를 연 1%로 0.25%포인트 올렸다. 2009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4일 남미 최대국인 브라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11.75%에서 12.75%로 1%포인트 인상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등도 기준금리를 0.5%포인트씩 올렸다.

    [그래픽]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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