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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 인플레이션 해법, '1970년대 독일'에 답 있다

    김홍수 논설위원

    발행일 : 2022.05.05 / 여론/독자 A3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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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정부의 당면 경제 과제는 고(高)물가 해결이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재정을 너무 망쳐 놔 정책 대응 수단이 고갈돼 있다는 점이다. 외환 위기 직후 정권을 넘겨받은 DJ 정부가 곳간을 열어보니 텅 비어 있더라고 한탄했는데,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 언론 대담에서 K방역과 경제 성장을 자랑했지만 실상은 판이하다. 대만과 비교하면 낙제점 성적표가 확연히 드러난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한국은 1700만명을 웃도는데, 대만은 13만명에 불과하다. 코로나 2년간 대만 국민 소득은 26% 늘어난 반면 한국은 9.5% 증가에 그쳤다. 같은 기간 한국의 국가 채무 비율은 10%포인트나 올랐는데(37%→47%), 대만은 오히려 떨어졌다(33%→28%). 올해 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도 한국(3.0%)이 대만(1.2%)의 2배를 웃돈다. 두 나라의 경제 체력은 국채 금리와 환율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대만의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1.1% 수준인데, 한국은 3.2%까지 치솟았다. 올 들어 원화 가치(달러 대비)는 12% 떨어진 반면 타이완 달러는 5% 하락에 그치고 있다.

    이렇게 경제 체질이 허약해진 상태에서 50년 내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들이닥치고 있다. 미국은 물가를 잡으려 큰 폭의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 대만 같은 신흥국들도 물가 안정, 환율 방어를 위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국은 가계 부채 1900조원, 정부 부채 1000조원 탓에 난감한 상황에 놓인 반면 대만은 한결 여유가 있다.

    한국은행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대 세계 인플레이션 위기 당시 미국과 독일이 재정·통화에서 상반된 정책 조합을 실행했는데, 미국은 실패한 반면 독일은 성공했다. 미국은 경기 침체를 막겠다면서 금융과 재정 양쪽에서 돈을 더 풀었다. 하지만 결과는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반하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나타났다. 결국 미국은 금리를 22%까지 급격히 끌어올리고 나서야 겨우 물가를 잡을 수 있었다.

    반면 독일은 '통화는 조이고(금리 인상), 재정 지출은 늘리는' 정책으로 일찌감치 물가를 잡는 데 성공했다. 당시 재정 지출은 저소득층 고용 지원과 소득 보전에 집중했다. 독일의 단호한 대응은 1·2차 세계대전 전후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경제 파탄을 촉발했고, 나치즘을 낳은 아픈 기억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은 실질 소득을 갉아먹어 '고지서 없는 세금'으로 불린다. 게다가 저소득층에 더 큰 부담을 지우는 역진적 세금이다. 빚 많은 취약 계층은 소득 감소, 이자 부담 증가 등 이중고(二重苦)를 겪게 된다. 고물가로 인한 실질 소득 감소는 소비 침체를 낳고 투자 위축, 경기 침체를 유발한다.

    인플레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은 이미 시작됐고,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다. 금리 인상 직격탄을 맞을 취약 계층에 대한 충격 완화 대책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 2금융권 고금리 부채를 은행 대출로 전환해 이자 부담을 덜어 준다는 인수위의 정책은 채무 재조정의 첫 단추에 불과하다. 현재 적자 상태로 177조원 빚을 안고 있는 자영업자 78만가구에 대한 선제적 채무 재조정부터 준비해야 한다.

    다행히 새 정부 경제팀은 1998년 외환 위기, 2002년 카드 대란 당시 채무 재조정 문제를 다뤄본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 하지만 경제팀 관계자는 "나랏빚이 너무 늘어 정책 여력을 찾기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런 폭탄을 던져 놓고 문재인 대통령은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선도적 대통령이란 평가를 받고 싶다"고 한다. 끝까지 정신 승리 화법인가. 역사는 '위기 잉태 정신 승리 대통령'으로 기록할 것 같다.
    기고자 : 김홍수 논설위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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