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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책 冊

    김성신 출판평론가

    발행일 : 2022.05.05 / 특집 A27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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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분도, 형편도 다른 조선시대 두 아이
    책 읽고 이야기 만들며 우정 나눴어요

    ◆지현경 지음 l 출판사 책고래 l 가격 1만3000원

    책과 바퀴는 생김새도, 쓰임새도 서로 달라요. 하지만 책과 바퀴 사이에는 같은 점이 있어요. 처음 만들어졌을 때 기능과 형태가 지금까지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거예요. 만든 뒤 수천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우리는 바퀴 달린 탈것을 타고, 책을 손에 들고 읽죠. 흔하디 흔한 책과 바퀴는 놀라울 만큼 완벽한 인류의 유산이었던 거예요.

    책이라는 존재가 귀하다는 걸 아는 작가들은 책을 주제로 '책'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민화 작가이자 그림책 작가인 지현경 화가도 '책冊'이라는 제목의 그림책을 펴냈어요.

    민화(民?)란 생활공간을 장식하기 위해서나 관습에 따라 제작한 실용적인 그림을 뜻해요. 민화는 옛 서민들 생각을 그대로 반영한 가장 한국적인 그림이라 할 수 있어요. 민화 중에서도 책장과 서책을 중심으로 문방구와 골동품·꽃병·기물(器物) 등을 그린 그림을 '책가도(冊架圖)'라 해요. 지현경 화가는 이 책가도에 자기 이야기를 담아 그림책으로 펴냈어요.

    이 책은 조선 시대에 책을 통해 가까워진 두 아이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양반집 아이인 연이네 집에는 책이 아주 많아요. 순이가 말동무가 되어 주려고 찾아왔는데도, 연이는 책에 얼굴을 파묻고는 알은체도 하지 않네요. 평민인 순이는 책으로 가득 찬 방을 본 적이 없어요. 책 속 세상에 푹 빠져 있는 연이의 모습도 신기하게만 보이죠. 순이는 연이 옆으로 다가가 앉아서 연이가 읽고 밀쳐둔 책을 들고 펼칩니다. 순이도 책의 세상으로 들어온 거예요.

    순이는 다음 날에도 연이네로 달려가요.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계속 찾아가죠. 책 읽기를 멈출 수가 없었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연이가 책 한 권을 순이 앞으로 쓱 밀어주었어요. 집에 가져가 읽어도 된다면서요. 순이가 하늘을 나는 듯 기뻐하네요. 며칠 후 이번에는 연이가 종이를 잔뜩 펼쳐 놓고는 글을 적고 있네요. 고개를 연신 갸웃갸웃하면서요. 이야기를 짓고 있었던 거예요.

    순이는 연이가 지은 글을 읽고 또 읽어요. 그러다 순이는 연이에게 자신이 겪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어요. 산길을 오가며 본 예쁜 꽃들과 나비 이야기, 연못 속 물고기와 길동무처럼 자신을 따라 날아오는 새에 관한 이야기까지. 둘은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짓기도 하면서 마음을 열고 가까워져요. 신분도 다르고 형편도 다르지만, 두 아이는 책을 통해 세상에서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갑니다. 독서란 오로지 혼자 하는 행위 같기도 하지만, 함께했을 때 다른 재미가 있고 더 유익하다는 점도 알려주네요.
    기고자 : 김성신 출판평론가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303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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