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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도 한국 이름으로 살아… 한국 영화·K팝 덕에 당당할 수 있었죠"

    김성현 기자

    발행일 : 2022.05.05 / 사람 A23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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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친코' 출연 재일교포 배우 현리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워낙 많이 보는 편이라서 그 자리에서 30분은 이야기할 수 있어요."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재일교포 배우 현리(본명 이현리·35·사진)와 4일 영상 간담회를 하면서 세 번 놀랐다. 즉문즉답이 가능할 정도로 유창한 한국어 실력, 별도의 일본 이름 없이 한국 이름을 그대로 쓴다는 점, 마지막으로 한국 취재진과의 간담회는 처음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그는 "봉준호 감독님은 좋아하는 걸 넘어서 존경하는 수준이고, 영화 '내가 죽던 날'의 박지완 감독님과는 일본 개봉에 맞춰서 라디오 인터뷰도 했다. 최근에는 한국 드라마 'D.P.'와 '소년심판' '빈센조'를 즐겨 본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4년 반째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그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 감독, 배우들의 이름도 줄줄 꿰고 있었다.

    그는 올해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을 받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신작 '우연과 상상' 개봉에 맞춰 최근 방한했다. 3편의 단편을 묶은 옴니버스식 구성인 이 영화에서 그는 첫 편 '마법'의 주역을 맡았다. 하마구치 감독이 2016년 연출한 단편 '천국은 아직 멀어'와 각본을 쓴 '스파이의 아내'까지 합치면 세 번째 인연이다. 현리는 "하마구치 감독은 집에서 대본을 외워오거나 미리 준비하는 걸 싫어한다"며 "현장에서 리허설하면서 각본을 완성하고 자연스럽게 외우는 과정을 중시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들으니 아카데미 수상작 '드라이브 마이 카'의 연극 리허설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최근 그는 윤여정 주연의 드라마 '파친코'에 특별 출연해서 배우 정웅인·이민호와도 호흡을 맞췄다. 그는 "이민호씨가 일본어 연기를 위해서 쉬는 시간에도 일어 발음에 대해서 질문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재일 사업가인 아버지와 일본에서 유학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별도의 일본 이름이나 예명 없이 한국 이름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학창 시절에도 이현리라는 이름을 그대로 썼다. (재일교포도) 세대마다 상황과 입장이 다르겠지만, 저는 K팝과 한국 영화가 사랑 받던 시절에 자라나 큰 어려움이 없었고, 오히려 당당하고 강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오야마가쿠인(靑山學院)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지만, 연세대에서 교환 학생으로 체류하면서 한국어 연기 연습도 받았다. 그는 "당시 혹독한 수업 덕분에 한국어 실력도 늘었다"며 웃었다.

    한국어·일어뿐 아니라 영어에도 능한 그는 최근 미국 매니지먼트 회사와도 계약을 하고 할리우드 진출을 추진 중이다. 그는 "제 대사가 관객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면 배우로서 최고의 순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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