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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뷔페' 넷플릭스, '一品 요리' 극장

    김성현 문화부 차장

    발행일 : 2022.05.03 / 여론/독자 A39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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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징어 게임' 성공 이후 당분간 넷플릭스 세상일 줄 알았더니 '삼일천하(三日天下)'에 그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쏟아진다. 10년 만에 처음으로 넷플릭스 가입자가 줄었다는 소식과 함께 주가 폭락의 거센 후폭풍이 뒤따랐다. 그제야 온라인 영상 서비스(OTT)의 치열한 경쟁과 수익성 저하 같은 구조적 약점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하우스 오브 카드'(2013년) 이후 눈부신 약진 때문에 잊기 쉽지만, 사실 넷플릭스는 영화·드라마 시장의 '신흥 강자'다. 전통적 영상 분야에는 디즈니와 워너브러더스 같은 '100년 기업'이 수두룩하다. 월트 디즈니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설립한 것이 1923년이니 내년이면 꼭 100년이다. 1927년 세계 최초의 장편 유성(有聲) 영화를 제작한 곳이 워너브러더스다. OTT 모델을 먼저 도입한 넷플릭스의 과감한 혁신 때문에 전통적 강자들이 잠시 주춤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디즈니와 워너브러더스 역시 자체 영상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반격에 나섰다.

    반대편에는 애플·아마존 같은 정보통신(IT) 분야의 공룡들이 버티고 있다. 애플 역시 영상 산업에 뛰어든 뒤 윤여정 주연의 드라마 '파친코'로 세계적 호평을 받고 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넷플릭스의 '파워 오브 도그'를 제치고 최고상인 작품상을 거머쥔 '코다' 역시 애플 영화다. 자칫 넷플릭스는 디즈니·워너브러더스 같은 영상 강자와 애플·아마존 같은 IT 공룡 사이에 '낀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OTT 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이해하는 데 톡톡히 도움을 주는 책이 앨런 크루거(1960~2019) 전 프린스턴대 교수의 '로코노믹스(Rockonomics)'다. 저자는 오바마 대통령 당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내서 '오바마의 경제 교사'로도 불렸다. 크루거는 유작이 된 이 책에서 감성 영역인 '록(Rock) 음악'과 이성적 분야인 '경제학(Economics)'의 결합을 시도했다. 그래서 책 제목도 로큰롤과 경제학의 합성어인 '로코노믹스'다.

    크루거는 이 책에서 대중음악의 비즈니스를 식당에 비유한다. 한 장 구입할 때마다 일일이 돈을 내는 음반이 일품 요리라면, 월정액을 내면 무제한으로 감상할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는 뷔페라는 설명이다. 마찬가지 비유가 영화 극장과 넷플릭스에도 성립한다. 극장은 한 편 볼 때마다 돈을 내는 일품 요리 식당이라면, 넷플릭스는 월정액을 내고 한 달간 푸짐하게 즐기는 뷔페에 가깝다.

    아무리 산해진미가 있어도 소화력에 한계가 있는 것처럼, 걸작 영화와 드라마가 쏟아져도 결국 하루는 24시간이다. 소비자의 한정된 시간을 둘러싼 영상 분야의 경쟁은 필연적이라는 뜻이다. 코로나 시대에 넷플릭스 같은 OTT 서비스의 급성장으로 전통적 극장 산업이 위기에 처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사(史) 교과서를 보면 이번이 처음 맞는 위기는 아니었다. 20세기 중후반 컬러 TV와 비디오가 나왔을 때에도 극장 중심의 영화 산업에서는 어김없이 위기론이 불거졌다.

    그때마다 영화 산업은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부어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블록버스터(blockbuster)를 통해서 위기를 정면 돌파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 같은 시대극이나 '스타워즈' 같은 SF 영화가 대표적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넷플릭스의 등장은 영화 산업의 세 번째 위기에 해당한다. 손바닥 안의 작은 화면만 쳐다보는 관객들의 발길을 과연 어떤 작품으로 붙잡을 것인가. 푸념과 투정 이전에 분발이 절실한 시기다.
    기고자 : 김성현 문화부 차장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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