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103) 어머니가 주식 투자를 한 까닭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발행일 : 2022.05.03 / 여론/독자 A37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한 아들의 사연을 접했다. 어머니가 주식 투자를 해야겠다고 말씀하셔서 주식 투자 관련 지식과 추천 종목까지 전화로 자주 소통했다고 한다. 그런데 회사 일이 바빠지다 보니 자주 연락을 못 하게 되고 한 종목의 매도 타임을 놓쳐 손해도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왜 매도 안 하셨냐"는 물음에 어머니는 "네가 아무 연락이 없어 그냥 있었지"라고 하시니 죄송한 마음이 컸다고 한다. 이제라도 주식에서 손을 떼시게 하는 것이 어머니 정신 건강에 더 좋은 것 아닌가 고민스럽다는 내용이었다.

    이 아들은 효자라고 생각한다. 자녀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듣는 '연결'만으로 부모는 기쁘다. 부모는 자녀가 어릴 때부터 "자식에게 바라는 것이 없다"며 "잘 자라면 그만"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렇지 않다. 다 커도 자녀가 보고 싶다. 자녀와 청소년기에는 잘 지냈는데 대학생이 되자 말도 거의 안 해 속상하다는 아버지의 고민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이런 경우는 아버지의 따뜻한 조언이 자녀에겐 잔소리로 들렸을 수 있다. 잔소리가 상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상대방이 나를 멀리하게 만드는 위험도 있다. 누군가의 조언이 아닌, 나 자신이 스스로 변한 것이라 느끼고 싶은 자율에 대한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자녀와 연결이 옅어지거나 끊기면 섭섭하고, 심하면 인생이 허무하게도 느껴진다. "많은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 덕분에 내가 잘 살고 있다'는 한마디 듣고픈 것인데, 그 말이 그렇게 어려운가요?" 하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왜 어려울까. 성공했다고 부모에게 감사한다는 말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진 않다. 오히려 성공하면 자기가 노력해서 일군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드니 부모에게 감사한다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부모 보기에는 성공했어도 자녀는 성공 여부와는 별개로 인생 사는 일 자체가 스트레스인 상황일 수도 있다. 이 경우 감사의 감정이 고갈되기 쉽다. 감사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마음 상태가 상당히 좋다는 증거다. 감사가 쉬운 감정 반응은 아니다.

    자녀가 부모 나이가 되어서야 부모 마음을 느낀다는 사람이 많다. 이미 부모가 돌아가신 경우엔 "감사해요" "사랑해요" 하는 말씀을 살아계셨을 때 왜 못 했는지 아쉬워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도 자녀도 섭섭한 인생의 흐름이다. 앞의 사연으로 돌아가보면 어머니가 원하는 것(표면적으로 투자 수익도 있겠지만)은 아들과 소통하는 바로 그 시간이었을 것이다. 마음으로 더 행복하셨을 것 같다. 우리 잘난 아들이 주식 투자도 알려주며 함께 소통도 해주니 말이다. 주식도 안 하고 그래서 아들과 연락이 더 줄어든다면, 그것이 엄마에겐 제일 속상한 상황일 것이라 생각된다. 주식시장은 불안정하지만 이 어머니와 아들에게 그냥 계속하시라, 그리고 소통하시라 말씀드리고 싶다.
    기고자 :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1386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